- 어젯밤 11시가 넘어서 기차에 탔고, 두 시간 동안 서 있다가 사람 없는 자리를 찾아서 앉았어요.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데 계속 추위에 깨더라고요. 티셔츠 한 장만 입고 오면 안 됐는데.
- 가는 길에 폰으로 이것저것 보면서 경로도 확인했는데, 배터리가 거의 다 됐더라고요. 기차에서 내린 뒤 바이두 지도로 역 근처 PC방을 검색해서 바로 들어갔어요. 신분증으로 카드 만들고 폰 충전하면서, 충전 다 될 때까지 그리고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렸죠.
- 계속 《길 위에서》에 나오는 그 문장이 떠올랐어요. “I’m always on the road.”
- 배낭 하나 사러 가볼까 하고, 겸사겸사 쿤밍에서 제일 번화한 곳도 둘러보려고요. 톈푸의 도시랑 뭐가 다른지도 보고 싶고요. 어제 진랑에서 뉴발란스 하나 봤는데 꽤 마음에 들었거든요. 근데 일본 브랜드인가 싶어서 고민됐어요 (PS: 지금은 오해였다는 걸 알았어요, 일본 브랜드 아니니까 안심하고 사세요).
- 첫날 시내 중심가를 좀 둘러봤는데 청두 춘시루랑 비슷하더라고요. 근데 여기가 좀 더 큰 것 같아요. 청두에서는 못 봤던 ZARA도 여기서 봤고요. 뉴발란스 배낭 사러 크고 작은 매장을 다 뒤졌는데, 뉴발란스 매장은 딱 하나 찾았고 거기엔 배낭이 없었어요. 어쩌면 나중엔 살 마음이 없어질지도 모르겠네요.
- 2일 난방에 하이겅 공원(Haigeng Park)에 갔어요. 쭉 쓰촨에서 자란 아이로서, 끝없이 펼쳐진 수면과 철썩이는 파도를 보고 그 자리에서 그냥 압도됐어요. 머지않아 더 크고 더 넓은 수면을 보게 될 거라고 결심했어요. 그 이름은 바로… 바다. 아시죠?
- 하이겅 공원을 본 뒤 시산 공원(Xishan Park)에 갔어요. 케이블카가 있는데 1인당 40위안이에요. 가난한 학생이자 등산 애호가인 저희가 탈 리가 없죠.
- 시산에 오르면 입장료를 받을 줄 알았어요. 여행 계획서에도 그렇게 써 있었거든요. 근데 어찌 된 일인지 저희는 샛길로 산에 올랐어요. 이 길은 아마 시민들이 평소에 등산하는 길인 것 같아요, 참 소박하죠.
- 시산 공원 해발 2600미터(안내 책자에 그렇게 써 있어요), 뎬츠(호수)는 해발 1890미터 정도(제가 직접 잰 거예요). 세 시간 넘게 둘러봤어요. 시산에서는 쿤밍 시내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데, 타이완 양밍산에서 타이베이 시내를 내려다보던 게 생각났어요. 청두가 얼마나 큰지는 모르겠지만 청두는 둥글고 쿤밍은 아니에요.
- 시산 절벽 옆에서 뒷모습 사진을 찍었어요. 바이두에서 알던 친구 웨샤오베이가 찍은 것처럼요. 그 각도가 정말 좋고 멀고 아찔했거든요. 시산에서 내려오니 폰 배터리가 다 돼서 GPS를 못 썼어요. 앞길이 얼마나 먼지도 모른 채 한 시간 넘게 갈피를 못 잡고 걸었어요. 그러다 A1번 버스 타고 시내로 돌아왔는데, 버스에서 잠들었어요.
- 시내로 돌아온 뒤에야 여관을 찾았어요. 아까는 여관 하나만 찾았는데, 들어가기 싫더라고요. 이름만 들어도 별로고, 유덕화가 《천약유정》에서 나오는 장면 같은 거 마주칠까 봐 무서웠거든요. HOTEL을 찾기로 하고, 나중에 루자 호텔을 찾아서 170위안에 하룻밤 잤어요.
- 오늘 아침 일어나서 바로 기차역에 와서 오늘 밤 기차표를 샀어요. 요즘 밤에 다리로 가는 기차표는 입석까지 다 팔렸대요. 그래서 다들 망설였죠. 시솽반나도 알아봤는데 버스가 200위안이 넘어서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러다 내일 다리로 가는 걸로 정했는데, 그때 장샤오샤가 갑자기 리장으로 사자고 하는 거예요. 리장 고성 보호비만 80위안이고, 다리랑 리장은 15위안 거리밖에 안 된다고 했죠. 결국 다리로 가는 걸로 샀어요.
- 오후엔 시난 임업대학을 둘러봤어요. 옆에 있는 쿤밍이공대는 너무 낡아서 들어갈 마음이 안 생기더라고요. 버스 타고 위안퉁루로 가서 윈난대학과 바로 옆의 추이후(호수)에 갔어요.
- 저녁엔 기차역 근처에서 “즈칭빈관”을 찾았어요. 80위안인데 루자 호텔이랑은 급이 다르네요. 양털은 양에서 나온다는 말이 다시 한번 증명됐어요.
- 인터넷 시간이 곧 끝나서 여기까지 쓸게요. 3일 일정은 여기까지.
- 4일 아침 기차역에서 다리로 가는 기차를 탔고, 낮 두 시에 다리에 도착했어요. 대충 뭐 좀 먹고 8번 버스 타고 다리 고성에 갔어요.
- 고성 안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였어요. 국경절이니까 이 정도는 상상할 수 있죠. 여기서 자전거를 빌려서 고성을 돌 수도 있어요. 양런제(외국인 거리)랑 뭐라뭐라 거리가 제일 북적이고, 은제품 파는 데가 제일 많았어요. 근데 은 순도는 좀 의심스럽네요.
- 염색 제품 파는 데도 있고, 윈난 십팔괴 중 우유로 만든 뭐라뭐라 하는 것도 팔던데 맛없었어요. 술집에서 술 마시는 건 다 외국인 같고, 중국인들은 길가 찻집에 앉아 있더라고요. 예전에 어디서 봤던 자료가 생각났는데, 여기서 물건 파는 그 외국인 부부, 중국어 꽤 잘하더라고요.
- 황금연휴라 여관이 엄청 비싸요. 아무리 낡아도 사람이 꽉 차 있더라고요. 여기서 쿤밍의 루자 호텔이 좀 그리워지네요.
- 이날 밤은 고성에서 보냈어요.
- 여덟 시에 총성사 삼탑(Chongsheng Temple Three Pagodas)으로 달려갔어요. 총성사는 김용이 《천룡팔부》에서 묘사한 천룡사고, 단예가 거기서 육맥신검을 배웠죠. 저희는 학생증을 빌려서 갔는데, 표 파는 아주머니가 사진을 꼼꼼히 대조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안 그러셨어요. 반값에 62위안이었어요. 일정상 총성사에서 두 시간만 놀 수 있었는데, 결국 두 시간 반을 놀았어요.
- 총성사에서 나오니 마침 시내로 돌아가는 버스가 있어서 탔고, 시내에 돌아온 뒤 택시 타고 얼하이 공원(Erhai Park)에 갔어요. 여기도 끝없이 펼쳐진 수면인데, 저는 뎬츠보다 더 재밌다고 생각해요. 얼하이 물도 만져봤는데, 뎬츠 물은 못 만져봤거든요.
- 11시 반에 다리 기차역에 도착해서 기차를 타고 광퉁으로 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