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일, 시작과 끝이 있는 하루

아침에 조교 선생님 컴퓨터 사는 걸 도와드렸는데 별로 도움도 안 됐어요. 점심때쯤 다 끝나서 같이 밥 먹자고 하시는데 정말 죄송하더라고요. 공도 세우지 못했는데 녹을 받을 순 없죠. 원래는 제가 사야 하는 건데, 앞으로 저 좀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로요.

7시가 좀 넘어서 몇 명이 기차역에 표를 사러 갔어요. 저는 그 친구들에게 대신 사다 달라고 부탁했는데, 나중에 전화가 와서 못 샀다는 거예요. 학교 정문에서 돌아오는 그 친구들을 만났는데, 학생증을 돌려주면서 어디 가는 거냐고 묻더군요. 청두(Chengdu)요, 하고 대답했더니 청두는 10일 표가 잘 팔린대요. 아 진짜, 애초에 청두 표를 사 달라고 했잖아요. 결국 제가 직접 사기로 하고, 학생증을 주머니에 넣은 채 삼중 정문으로 조교 선생님을 찾아갔어요. 잠시 기다리니 일행이 도착했고, 우리는 컴퓨터 상가로 갔죠.

조교 선생님이랑 밥을 먹으면서 깨달은 건데, 저랑 대화가 잘 통하는 편이 아니더라고요. 학업 얘기는 딱히 할 것도 없고, 일상 얘기는 접점이 없으니까, basically 서로 억지로 화제를 만들어가며 밥을 먹는데 꽤 어색했어요. 현실에서는 누구도 얼굴에 딱지를 붙이고 다니지 않으니까, 대화를 하려면 상대의 관심사를 관찰하고 짐작하는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제가 이미 스스로 딱지를 붙여놨어요.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사이드바에 다 적혀 있으니까, 좋으면 가까이하고 싫으면 떠나면 되죠. 그래서 현실에서의 소통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오늘 아직 잠에서 깨기 전에 꿈을 꿨어요. 온통 부서진 관들이 널려 있는 곳, 뭐랄까 공동묘지 같은 분위기였는데, 탱크를 탄 병사가 캥거루 한 마리를 총으로 쏘고 있었어요. 저는 그 캥거루를 병사들 손에서 구해내서 제 팔 위로 뛰어오르게 한 다음, 중국 최남단까지 데리고 달아났어요. 밖은 해협이었고, 저는 배를 타고 캥거루를 호주로 돌려보내려던 참이었죠. 그런데 갑자기 캥거루가 말을 하는 거예요. “나는 몐주(Mianzhu)에서 왔어, 호주엔 안 갈 거야.” 저는 이 캥거루가 왜 또 동물원에 돌아가려는 건지, 도망친 거 아니었나 싶었어요. 꿈이 딱 여기까지 왔을 때 기차표 사러 간 친구들이 깨우는 바람에 깼는데,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꽤 의미심장한 꿈이라 여기에 남겨두기로 했어요. 꿈에 나온 몐주는 젠난춘(Jiannanchun) 백주의 산지인데, 왜 하필 그곳이 나왔는지는 저도 모르겠네요.

원래대로라면 오늘 제 블로그 아래에 “2010——2011”이라는 글자가 나타나야 하는데, 아직 안 나타났어요. 사실 이 글을 대충 쓴 것도 그걸 테스트해보려는 목적이에요. 이 글이 발행돼야 나타나는 건지 궁금해서요. 뭐, 그래도 ’없으면 쓰지 않는다’는 제 원칙에 어긋나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