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관한 이야기
예전에 꿈을 가장 격하게 꿀 때는 밤새도록 대형 상황극을 펼쳤어요. 배경은 쉴 새 없이 바뀌고 배우도 계속 갈아치우고,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멍했죠. 그런데 고등학교에 가고 대학교에 가면서 꿈을 꾸는 횟수는 점점 줄고, 꿈을 기억하는 능력도 점점 나빠졌어요. 다음 날 우연히 뭔가를 듣거나 봐서 갑자기 떠오르지 않는 한, 꿈을 꿨다는 사실조차 거의 기억하지 못해요. 이런 상황의 일반적인 원인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제 추측은 이래요. 어릴 때 저는 상상하기를 좋아했는데, 그때는 온갖 지식을 접할 수단이 부족했으니까 먼 세상, 기상천외한 현상들을 늘 상상하곤 했어요. 그런데 생각은 많은데 주변에 아무도 답을 해줄 사람이 없었고, 선생님께 물어보는 것도 무서웠어요. 물어보면 십중팔구 하루 종일 엉뚱한 생각이나 하면서 공부는 안 하고 다닌다고, 그러니까 성적이 엉망인 거라고 하실 게 뻔했거든요. 그래서 밤에 잠들 때도 낮에 풀지 못한 문제를 뇌가 계속 생각하다 보니 꿈이 생긴 거예요. 이런 설명을 하고 나면 아쉬움이 남아요. 어릴 때 그렇게 지식을 갈망하고 생각하기를 좋아했는데, 형편없는 현실에 짓밟혀 버렸구나 싶어서요. 요즘 아이들이 부러운 이유는 백 가지도 넘어요. 예를 들어 제 동생 같은 경우, 저처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충만한 나이에 필요한 걸 얻을 수 있는 도구가 충분히 있잖아요. 다만 좀 아쉬운 건, 컴퓨터 같은 도구가 아주 많아도 정작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동생은 컴퓨터를 완전히 게임기로 쓰고 있거든요. 제 기숙사 룸메이트도 상황이 비슷해요. 대학에 몇 년이나 다니면서 학교 도메인도 기억 못 하고, 심지어 한 번은 제가 그의 컴퓨터를 잠깐 써야 할 일이 있었는데 바탕화면에는 게임 하나랑 거의 안 쓰는 것 몇 개만 있고 브라우저는 없더라고요. 웹페이지를 열려면 “시작 - 프로그램 - internet explorer”를 거쳐야 한다니, 정말 할 말이 없었어요. 예전에 저한테 이런 것들이 있었다면 그렇게 오래 꿈에 시달리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힘들었던 시절은 결국 지나갔고 저도 옛날로 돌아가지는 않을 거예요.
오늘 아침 날이 밝아올 무렵, 오랜만에 꿈을 꿨는데 금방 깨는 바람에 내용이 아직 기억나요. 꽤 재미있는 꿈이었어요. 어느 공동묘지 같은 곳이었는데, 사방에 부서진 관과 작은 무덤들이 널려 있고, 표정 없는 이상한 사람들, 어쩌면 귀신일 수도 있는 핏기 어린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탱크가 굴러오더니, 위쪽 해치에는 기관총을 든 병사가 서 있었어요. 탱크가 쭉 지나가다가 숲 같은 곳에 도착했는데, 그 병사가 갑자기 총을 들어 나무 위의 큰 새 한 마리를 쏘아 죽이는 거예요. 그러고는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캥거루 한 마리를 쫓기 시작했어요. 저는 그 캥거루더러 제 팔 위로 뛰어오르라고 하고, 병사에게는 죽이지 말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 캥거루를 데리고 중국 최남단까지 갔어요. 밖은 해협이었고, 저는 이 캥거루를 호주로 돌려보낼 생각이었죠. 그런데 갑자기 캥거루가 말을 하는 거예요. 호주에는 안 가겠고, 자기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겠다는 거예요. 원래 있던 곳이라면 아마 동물원이겠구나 싶었어요. 그곳으로 돌아가면 또 해를 입을까 봐 걱정되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갑자기 바깥 소리에 깨 버렸어요. 이 꿈은 결국 제가 누군가를 곤경에서 구해 줬는데 상대는 고마워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이야기였네요. 웃기죠.
이 꿈을 꾸고 나면, 다음에 또 언제 꿈을 꾸거나 꿈을 기억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