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사람에게 무관심하게 구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하나는 어쩔 수 없어서, 다른 하나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밥 먹으러 가려고 식권을 챙겨 일어서는데 바지 주머니 속 휴대폰이 울렸어요. 꺼내 보니 모르는 지역 번호라, 또 그 아주머니가 잘못 걸었겠거니 했죠. 여기 번호들은 비슷한 게 많고 사기 전화도 종종 오거든요. 제 폰에도 낯선 번호들이 자주 걸려 오는데, 눈치 빠른 사람들은 금방 끊더라고요. 속으로 다섯, 넷, 셋, 둘, 하나 세어 봤는데 상대가 먼저 끊지 않길래 받았어요.
“XX아, 나 EH인데, 내 컴퓨터가 갑자기 인터넷이 안 되는데? 어떻게 해결하지?”
아 진짜, 또 너야?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대답했어요. “컴퓨터가 인터넷이 안 되는 이유가 워낙 많아서 저도 해결하기가 어려워요. 컴퓨터 오디오 문제랑 비슷한데, 이 두 가지가 제일 골치 아픈 문제라 보통은 그냥 시스템을 다시 깔아요.” 거짓말은 아니었어요. 진짜로 이 두 문제가 제일 해결하기 어렵거든요.
“오늘 오후에 시간 있어? 와서 좀 봐줘, 아니면 시스템이라도 다시 깔아 줘…”
또 시스템 재설치를 도와달라는 말에 좀 짜증이 나서,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얼른 대답했어요. “오늘은 시간이 없어요, 하루 종일 일이 있어서.” 거짓말이었죠. 사실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을 시작해서 내일이나 숙제를 하지, 오후는 아주 한가하거든요. 이 다급한 대답에 그때의 말투까지 더해지면 이미 충분히 의사가 전달됐을 텐데, 그래도 제 뜻을 못 알아듣고 내일 와 달라고 할까 봐 주말에 운전학원에 가야 한다는 핑계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다행히 그는 제 뜻을 알아들었는지, 아니면 오후 내내 인터넷을 못 쓰는 게 답답해서인지, 아무튼 내일 와 달라고 하지는 않더라고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XP 시스템 디스크 있어? 가지러 갈게.” 그가 이어서 물었어요. 보통이라면 진작 전화를 끊었어야 할 상황인데 말이죠.
“어… 없어요. 이제 그 시스템은 안 써요.” Win7밖에 없다는 말은 괜히 꺼냈다가 또 일이 커질까 봐 못 했어요.
“그래, 그럼 안녕.”
“안녕.”
사실 이 사람과 저는 엮일 일이 없었어요. 지금도 그의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데, 그는 제 번호를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컴퓨터 문제가 이렇게 많은 줄 알았으면 번호를 준 걸 진짜 후회했죠. 그가 저를 찾게 된 건 아마 제 대학 동기의 고등학교 동창이라서였을 거예요. 그 둘도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고요. 작년 여름에 그의 컴퓨터가 고장 났는데 돈 들여 전문 수리점에 맡기기는 싫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제 대학 동기가 제 이름을 알려줬고, 그가 저를 찾아온 거죠. 한낮 밥 먹을 시간에 어쩔 수 없이 달려가서 시스템을 깔아 줬어요. 배는 꼬르륵거리는데 말이죠. 시스템을 깔고 나서 백신도 깔고 프로그램도 깔아 주고, 게임은 직접 깔라고 했어요. 물을 사 주겠다고 해서 거절했죠. 이건 그에게 알려주는 거였어요. 시스템을 깔아 주는 건 뭔가 이득을 바라서도, 그의 돈을 벌려는 것도 아니라고요. 옛말에 청렴한 사람은 푸대접하는 음식도 받지 않는다잖아요. 제가 아무 대가 없이 한 번 시스템을 깔아 줬다면, 다음부터는 그는 눈치껏 저를 찾지 않아야 하는 거죠. 체면이 안 서니까요. 게다가 더 심각하게 말하면, 제가 그 물 한 병을 받았다면, 그 대가를 받았다면 그게 무슨 뜻일까요? 제가 남의 컴퓨터를 관리해 주고 돈을 버는 사람이라는 뜻이죠. 그러면 앞으로는 당당하게 저를 찾아와서 컴퓨터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할 거예요. 컴퓨터 수리점보다 몇십 위안은 싸니까요. 한 명이 열 명에게, 열 명이 백 명에게 소문내면 저는 못 견뎌요. 그 돈을 벌고 싶지도 않고요. 별 기술도 없는 일이라 공짜로 먹고 마시는 느낌도 있고요. 그런데 결국 그는 저를 끌고 밥을 먹으러 갔어요. 정말 거절할 수가 없더라고요. 제 번호도 받아 가면서 뭐 문제가 생기면 전화해도 되냐고 하고요. 남에게 얻어먹으면 약해지는 법이라, 저는 고분고분 번호를 줬어요.
그 후로 그는 종종 컴퓨터 문제가 생겼고, 두 번째 때는 또 한 번 갔어요. 대충 처리하니 괜찮아지더라고요. 그의 컴퓨터에 빽빽하게 깔린 걸 보니 게임 말고는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았어요. 그와 친해지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죠. 점점 그의 시시한 질문들에 짜증이 났어요. 그의 전화를 받는 게 점점 싫어졌고, 게다가 저는 진작 일반인 컴퓨터는 안 봐준다고 말했었거든요. (그저께 하이펑 거는 빼고요, 그 10번 공격수는 괜찮으니까.) 그래서 오늘 그에게 꽤 무례하게 대답한 거예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빼면, 사람 사이란 참 단순해요. 말이 통하거나, 이득이 되거나, 취향이 맞거나, 아니면 누군가 이성에게 관심이 있으면 좀 더 다정해지고, 아니면 무관심으로 온갖 관계 사이에 깊은 도랑을 파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