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끝, 대화 그리고 걷기

기숙사 마지막 세 명 중 둘은 어제 청두(Chengdu)로 돌아갔지만, 나는 혼자 기차를 탔어요. 그 둘은 청두 폭스콘에서 한 달 동안 일해야 해서 출근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나는 일찍 표를 샀는데, 나중에 그들이 30일에는 전원 청두에 있어야 한다는 통보를 받고 급하게 29일 다른 열차 표를 샀어요.

내 옆에는 외국어대학 2학년 여자애가 앉아 있었고, 그 맞은편에는 까무잡잡한 아가씨가 있었어요. 처음엔 둘이 아는 사이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서로 눈을 흘기고 있더라고요. 그 까무잡잡한 아가씨는 학생이 아니라 현지인이었어요. 내 맞은편에는 드물게 빈자리가 있었는데, 출발하고 나서야 서른 즈음의 아저씨가 맥주 두 캔과 닭발 조림 한 봉지를 들고 와서 앉았어요. 네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는 건 참 신기한 일이에요.

아저씨의 말투로 보아 공공기관에 다니는 것 같았는데, 부모님께 일이 생겨서 급히 기차를 타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티베트에서 군 복무를 했고 야둥(Yadong)에 주둔한 적이 있다더군요. 아마 그의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부분일 거예요. 이야기 곳곳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자부심이 넘쳤거든요. 눈 덮인 산꼭대기에서 국경을 지킬 때 고참에게 눈밭에서 벌을 서라는 명령을 받은 일, 밤에 이불로 눈물을 녹여 다음 날 고참에게 끓인 물을 드린 일, 산꼭대기에서 구더기가 끓는 갈비와 상한 채소 잎을 먹은 일…… 어쨌든 우리 대학생들이 겪은 고생은 그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나는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했고, 힘든 환경에서 단련된 사람들이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강한 의지와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진 사람들 말이에요. 인생에서 한 번쯤은 그처럼 죽음의 고비를 넘겨본 경험이 있어야 자신의 잠재력과 생명의 소중함, 삶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과 어울린다는 건 끊임없이 공통점을 찾는 일이죠. 역시 있었어요. 우리 네 명 모두 농촌 출신이었고, 심지어 대각선 맞은편의 까무잡잡한 아가씨는 직접 기른 망고 두 상자를 가져왔더라고요. 망고 두 큰 상자를 들고 오느라 죽을 뻔했다기에, 괜찮다면 시장 가격으로 나한테 팔아도 된다고 농담했어요. 물론 아무도 내 제안을 받아주지 않았죠. 농산물 판매에서 가장 어려운 구간은 산을 나오는 첫 1킬로미터예요. 택배 업계의 라스트 마일과 꽤 비슷하죠. 산만 넘으면 가격이 달라지니까, 그 아가씨의 망고 상자도 청두 가격으로 사야 하는 게 맞아요. 안 그러면 적자가 나니까요.

아저씨는 그 시절 농촌 호구를 도시 호구로 바꾼 걸 몹시 후회한다고 했어요. 요즘 농촌 사정이 그렇게 좋고 매년 보조금까지 나온다면서요. 아무도 안 믿을 걸 알면서도 나는 꽤 오버해서 말했어요. 지금 열심히 돈 벌어서, 몇십 년 뒤에 사유화되면 농촌에 가서 땅을 사자고요. 그러다 도시와 농촌, 도시 호구 문제로 이야기가 이어졌어요. 청두의 도농 통합 발전 사례 같은 것도 꺼냈죠. 그런데 아저씨가 말을 잘 잇지 못하는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어요. 여러 사람 앞에서 혼자 떠드는 건 정신 분열로 보일 테니까요.

너무 심심해서 유일하게 챙겨 온 《신주간》을 펼쳤어요. 15위안이라는 가격에 비해 잡지가 너무 얇아서, 두세 시간 만에 안쪽 광고까지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다 읽었어요. 그다음엔 옆자리 남자애가 동행한 여자애 둘과 큰 소리로 떠드는 걸 들었어요. 외국어대 여자애들이 그 남자애를 완전히 자기들처럼 가십 좋아하는 스타일로 만들어 놨다는 생각에 혼자 감탄했죠. 그가 어떤 남자애가 다른 남자애를 쫓아다니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여자친구 있어?” “없어.” “우리 둘 어때?” 하마터면 피 반 되를 토할 뻔했어요. 원래 외국어대는 남자가 적은데, 대체 뭐 하는 거야! 그 여자애들 입장은 또 뭐고?

기차 안의 웃음소리는 기차의 둔탁한 리듬과 함께했어요. 덜컹덜컹, 다음 날 아홉 시에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기차에서 내렸어요.

그날 오후, 두 시간 반에 걸쳐 세 번 갈아타고 나서야 겨우 시화대학(Xihua University)에 도착해 룸메이트 둘의 노트북을 찾았어요. 밖에서 일하니 컴퓨터가 짐이 되어서 우리 집에 잠시 맡겨둔 거죠. 시화대학 밖의 괜찮은 월세방에서 그들을 만났는데, 공기가 후덥지근한데 방에 선풍기도 없어서 좀 견디기 힘들었어요. 잠깐 있다가 노트북 두 대를 메고 집으로 돌아왔죠. 310A를 기다리는데, 연한 갈색 안경을 쓰고 긴 머리를 묶은 여자애가 보였어요. 꽃무늬 빨간 짧은 치마에 데님 반바지를 입고, 교통대학 교휘가 찍힌 핸드백을 든 모습이 무척 세련돼 보였어요. 나중에 그녀도 310A에 탔는데, 나는 가끔 뒤를 돌아보고, 눈여겨보고, 또 돌아봤는데, 어느새 사라졌더라고요.

그때 버스는 아직 3환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