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 누가 누구의 깊은 사랑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처음부터 하나의 거대한 사기극이에요. 진실을 아는 사람은 단 한 명, 바로 갈릴레오 대가 이시가미 테츠야예요. 그는 경찰을 속였을 뿐만 아니라 하나오카 야스코도, 그리고 모든 독자까지도 속였죠.

노총각 이시가미 테츠야는 제가 제일 싫어하는 수학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요. 매일 하는 일이라곤 집에서 하나오카 야스코가 일하는 곳까지 걸어가서 아침 식사를 사는 걸 핑계로 짝사랑하는 하나오카 야스코를 한 번 쳐다보고, 그다음 중학교에 가서 수업을 하고, 밤에는 혼자 수학 연구를 하는 거예요. 그러던 어느 날, 이시가미는 하나오카 야스코와 그녀의 딸 미사토가 이혼했는데도 계속 괴롭히던 전남편 토가시를 죽였다는 걸 알게 되고, 이야기는 거기서 시작돼요. 이시가미는 천재적인 지혜로 시체를 처리하고, 경찰이 자신이 짜놓은 경로대로 수사하게 만들면서 실마리조차 잡지 못하게 했어요. 그런데 결국 이시가미의 대학 동기이자 똑같이 뛰어난 지혜를 가진 물리 연구원 유카와 마나부가 이시가미의 사소한 행동 하나에서 사건의 진실을 짐작하게 되고, 이시가미는 경찰에 자수해요. 그런데 왜 하나오카 야스코가 자수한 게 아닐까요? 이시가미가 자수하는 것까지도 그의 예상 안에 있었기 때문이에요. 처음부터 이시가미는 경찰이 자신을 범인으로 단정할 것을 전제로 모든 걸 설계해서, 그 모녀의 누명을 벗겨주려고 했던 거죠.

그날 이시가미는 목을 매 자살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려서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야 했어요. 문 앞에 한 모녀가 서 있었는데, 그들의 눈이 참 아름다웠어요. 그전까지 이시가미는 어떤 아름다움에도 마음이 움직인 적이 없었는데, 자살하려던 생각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다시 살아 있다는 기쁨이 밀려왔어요. 모녀의 삶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그는 이 모녀가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아름다움이라고 굳게 믿었어요. “숭고한 것에 곁이라도 스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행복”이라면, 그들을 돕는 것도 당연한 일이죠. 그는 대가를 바라지 않았어요. 그건 그의 보은이었고, 모녀를 위해 감옥에서 평생을 살 작정이었어요.

도대체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어디까지일 수 있을까요? 도대체 어떤 만남이어야 목숨을 버리고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시가미가 가장 좋은 답을 내놓았어요. 이건 가장 이타적인 사랑이에요. 한 사람을 위해 기꺼이 삶의 전부를 바치는 것. 반면 야스코는 끝까지 이기적이었어요.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시가미를 사랑한 적이 없어요. 이시가미가 자신이 설계한 모든 목표, 즉 야스코의 누명을 완전히 벗겨주기 직전에, 야스코는 이시가미의 당부를 모두 무시하고 경찰에 자수해서 자신의 양심의 가책을 달래려 했어요. 그런데 그걸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이시가미의 붕괴, 그리고 두 사람 모두 남은 인생을 감옥에서 보내는 것 외에는요. 그렇게 해야 야스코의 양심이 편해지는 걸까요? 한 사람이 그저 잘 살아 있기만 해도 다른 한 사람을 구할 수 있는데, 야스코가 그걸 이해했다면 좋았을 텐데요. 물론 독자인 우리도 이기적이에요. 우리는 야스코가 우리가 바라는 대로 평생 잘 살아가길 원하니까요.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원래 말로 다 할 수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관계가 많잖아요. 누가 누구의 깊은 사랑을 이해할 수 있고, 누가 누구의 떠남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