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 다리》

이 책을 읽으면서 영어를 꼭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수도 없이 스쳤어요. 게다가 얼마 전에 블로그에 “이번 생에는 꼭 네트워크 언어 하나는 배워야지, PHP나 Python, 그리고 외국어 하나, 영어나 일본어”라고 답글까지 달았거든요. 벌써 22살인데……

영어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간단해요. 언젠가 갑자기 얼마 안 되는 여윳돈이 생기면, 배낭 하나 메고 길을 떠날 수 있으니까요. 오늘 톈야(Tianya) 커뮤니티에서 어떤 아가씨가 1만 위안으로 동남아를 거쳐 남아시아까지 여행했다는 글을 봤는데, 해외여행이 꼭 중산층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더라고요. 일단 첫발만 내딛기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사실 《라마 다리》는 금수저가 인도를 여행한 이야기예요. 작가 정천(Zheng Chen), 인터넷 닉네임 ’독약’은 2010년에 석 달 동안 인도를 여행하고, 다시 1년 반 동안 이 소설을 썼어요. 줄거리와 삽화를 보면 이 책은 허구보다 사실이 더 많다고 느껴졌고, 작가 본인도 꽤 부유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인도는 신비한 나라예요. 중국 바로 옆에 있는데도 지구 반대편 브라질보다 아는 게 적어요. 세계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 동시에 1인당 소득이 낮고 빈부 격차가 큰 나라라는 것만 알 뿐이죠. 그래서 인터넷에서 국가 체제를 두고 논쟁할 때마다 인도는 늘 반대편의 사례로 등장해서, 민주주의 제도가 중국에는 맞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곤 해요. 작가는 소설에서 인도에 대한 혐오를 수도 없이 드러내요. 인도 정부의 업무 효율이 형편없고, 관리들은 허영심에 사치스럽고, 사람들은 절망적이고 냉담하고 돈을 밝히고 불결하다는 이유에서요. 하지만 인도에도 사랑스러운 구석은 있어요. 북동부의 다르질링(Darjeeling)은 인도에서 아주 유명한 관광지로 경치가 아름답고 사람들이 순박한데, 안타깝게도 그곳 사람들은 인도 정부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분리 독립 활동이 자주 일어난대요. 인도의 이런저런 안 좋은 점을 읽으면서 중국인으로서 우월감이 스쳐야 하는 걸까요? 전혀요!

소설에서 작가와 함께 여행하는 사람은 화교 여성 ’다르질링 양’이에요. 인도에서 자라 캐나다에서 대학을 마치고 캐나다 국적을 취득한 뒤, 국제 기업의 인도 사무소 직원으로 일하고 있죠. 그런데 그녀의 인도에 대한 감정은 아주 복잡해요. 자신은 인도인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지인들은 그렇게 보지 않고, 중국에서 살고 싶지만 중국에는 그녀와 연결된 어떤 관계도 남아 있지 않아요. 어디에 있든 이해받지 못하는 사람, 그녀의 막막함이 느껴졌어요. 어쩌면 동남아 화교를 제외한 다른 나라의 해외 화교들도 크고 작게 그녀와 같은 감정을 겪을지도 몰라요. 중국에 친척이 없다는 건 중국 본토와 영원히 단절된다는 뜻이고, 양국 모두 반기지 않는 중간자가 되는 거니까요.

소설은 라마 다리로 끝나요. 라마 다리는 스리랑카(Sri Lanka) 북서쪽의 마나르 섬과 인도 남동부 해안의 라메스와람(Rameswaram) 사이에 이어지는 석회암 모래톱이에요. 이 지역의 바닷물은 아주 얕아서 수심이 1~10미터밖에 안 되고, 일부 모래언덕은 물 밖으로 드러나 있죠. 15세기 이전에는 사람들이 그 위를 걸어서 건넜다고 해요. 그들은 여기서 인도 경찰 라구를 만나는데, 그는 트리시고디(Trichy) 쓰나미 생존자로 라메스와람 경찰서장의 양아들이에요. 아주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인데, 다르질링 양의 비자 갱신을 감독하러 갔다가 돈을 받지 않으면 일을 안 하는 관리들에게 분노하는 바람에 작가의 여행에 불필요한 골칫거리가 잔뜩 생겨요. 그래서 다르질링 양이 이렇게 말하죠. “그런데…… 한 사람의 정직함이…… 여기서는…… 정말 좆같이 비참하네!……”

어쩌면 라구야말로 인도의 희망일지도 몰라요. 그런데 그는 어느 날 밤 사라져 버렸어요. 나는 그가 라마 다리 건너편으로 걸어갔으리라고 짐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