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들고 공원을 산책하다

운전학원 일이 갈수록 급해져서, 아침 여덟 시가 조금 넘어 소고기전 한 조각을 먹고는 얼른 달려갔어요. 겨우 기회를 잡아 카드를 찍으려 했더니 시간은 오후라니, 그래서 나는 텅 빈 마음으로 “연습은 시간 낭비고, 카드 찍는 게 본론이지!“라는 말만 남기고 연습장을 떠났어요.

올 때 소설 한 권을 가져올까 했는데, 아침 일곱 시쯤 기숙사에서 Kindle을 켜니 어두운 화면에 충전하라는 알림이 떴어요. 어쩔 수 없이 그동안 도무지 볼 엄두가 안 났던 책들 사이에서 두 번이나 골라 고른 끝에 《영향력》을 챙겼어요. 같은 반 친구는 내가 자주 책을 들고 학원에 가면서도 별로 읽는 걸 못 봤다며 “또 책 한 권 들고 와서 폼 잡네”라고 하더군요. 물론 나는 그 친구의 생각은 물론이고, 같이 공부하는 아저씨 아주머니들의 생각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살다 보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세상 돌아가는 얘기 좀 하겠다고 나서서, 자기 뼛속까지 스며든 가치관과 인생관에 널 동의시키려 드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래서 반박해 봐야 소용없고, 그저 고칠 수 없는 그들을 향한 연민 한 줌 안고 웃어넘기는 수밖에요. 독서는, 처음 동기가 무엇이든 독자가 꾸준히만 한다면 그 사람의 사상과 기품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자기 자신조차 믿기 힘들 정도가 될 거예요. 누군가 책을 읽고 싶다면, 시간이 되고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그냥 읽으러 가면 돼요.

그래서 나는 운전학원 앞 진흙길을 내려와 담장에 둘러싸인 공터를 비스듬히 가로질렀고, 막다른 길로 잘못 들어섰다가 관목도 없는 흙 언덕을 몇 걸음 기어올라 공원에 도착해, 평평한 아스팔트길에 올라섰어요. 토요일이라 공원엔 사람이 많았고, 심지어 어느 사업기관이 붉은 깃발을 들고 단체로 운동을 나와 있더군요. 나는 이 길을 걸으며 책을 읽었고, 시끌벅적한 사람들이 둘러싼 자동차 앞까지 갔더니, 그 기관이 하는 행사가 바로 ‘오르면 상 준다’ 행사라 참가자들에게 상품을 나눠주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눈을 돌리니 증 선생님도 앞에 계셔서 몇 마디 나눴는데, 그분은 그냥 등산하러 왔다고 하더군요. 나는 당장 발길을 돌려 그분을 따라가고 싶었어요. 졸업작품 핑계로 겸사겸사 그저께 밤 시험 본 일도 상의해 볼까 싶었지만, 역시 좀 아닌 것 같아 결국 참았어요. 나는 이어 산을 내려가며 책을 읽어 또 몇십 페이지를 넘겼고, 한 시간쯤 지나서야 공원을 다 돌고 학교로 들어왔어요.

점심엔 내가 카드를 찍을 차례라, Kindle을 들고 올라가 《열한 가지 고독》을 조금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