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가끔 길을 걷는 누군가가 맥없이 축 처져 있는 모습을 보면, 나는 그 순간의 상태를 영원으로 착각하곤 해요. 평생 저렇게 무기력하게 살겠거니 짐작하면서, 그 몇십 년의 삶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혼자 감상에 젖기도 하죠. 껍데기만 남은 존재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며칠 전 밤에 몇몇 여자 친구들과 밥을 먹었는데, 예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사회에 발을 들이면 많은 사람이 살아가는 기본 동력은 결국 집, 차, 여자밖에 안 남더라고요. 어느 날 야근 후에 사장님과 술잔을 기울이며 또 그 말을 반복했어요. 물론 철학은 아니지만, 그건 진실이거든요.
삶을 이렇게 어둡게 보는 걸 용서해 주세요. 나름 베테랑 짐꾼으로서 고객에게 물건을 배달할 때면 괜히 슬퍼질 때가 있어요. 인생이란 게 결국 누군가를 위해 계속 일을 처리해 주고, 그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위해 일을 처리해 주고, 이런 식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것 같거든요. 우리는 그 한가운데서 짐꾼 노릇을 하고 있는 거죠. 인류가 끊임없이 애쓰며 일하는 게 결국 엔트로피를 0.5로 만드는 일 아닐까요. Green Day 가사에 이런 말이 있죠. “When masturbation’s lost its fun, You’re fucking lazy.” 딸딸이 치는 것조차 쾌감을 잃으면, 넌 완전히 지루한 놈이 된 거라고요. 만약 엔트로피 값이 0.5가 되면, 인류는 완전히 지루해지는 거겠죠.
나는 지루한 것도 싫고, 끝없이 바쁜 것도 싫어요. 어쩌면 나는 집과 차와 여자를 위해 느긋하게 노력해 나가는 수밖에 없나 봐요.
인생은 허무하니, 술 마시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