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하루
모처럼 맞은 주말, 이 날은 이렇게 시작됐어요. 아침에 핸드폰 배터리가 다 돼서 몇 시인지도 몰랐는데, 제대로 안 친 커튼 사이로 눈부신 빛이 방 안으로 들어오더라고요. 이건 제가 일부러 그런 거예요, 햇빛이 날 깨워주길 바라면서요. 그런데 어젯밤 한 시에야 컴퓨터를 껐으니 좀 더 자고 싶어서 그냥 컴퓨터를 켰더니 9시 17분이더라고요. 역시 뜻대로 안 돼서 다시 자려고 했어요. 이 아침엔 너무 깊이 자고 싶지 않아서 음악이라도 들으면서 자면 좋겠다 싶었고, 지난번에 좋았던 경험도 있고 해서 또 판도라 라디오를 켜서 모차르트 채널을 골랐어요. 그리고는 그대로 침대에 벌렁 누웠죠. 대체 어떤 ’좋아요’와 ’싫어요’를 눌러야 모차르트 채널에서 온통 반데리 같은 경음악만 나오는 건지, 아무튼 몽롱한 의식 속엔 호수와 산, 새소리와 나뭇가지뿐이었고 클래식 교향곡은 한 곡도 못 들었어요. 그러다 그냥 잠들었고, 레이거가 문 앞에서 부르는 소리에 깼을 땐 이미 10시 40분이었어요.
오늘은 한 명만 출근해서 방엔 세 명이 남았어요. 점심때쯤 웨이거의 고등학교 친구가 놀러 왔는데 별명이 “레이비”예요. 같이 몇 번 밥을 먹어봤는데 참 믿음이 안 가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말솜씨가 끝내줘서, 대여섯 명이 같이 밥을 먹어도 상에 앉을 때부터 밥상이 끝날 때까지 혼자 떠들어요. 옆에서 맞장구칠 필요도 없이 웃고 욕하고 다 혼자 해내죠. 그 재주 덕에 여자도 꽤 꼬셨는데, 원나잇은 빼고 대학 3년 동안 여자친구만 해도 최소 열 명은 됐대요. 당연히 돈도 많이 썼고요. 2학년 때는 남의 학생증을 빌려서 텔레콤 핸드폰 오십 몇 대를 받아다가 한 대에 500위안씩 팔았대요. 올해 텔레콤에서 회계 감사를 시작해서 곧 그의 차례가 올 판인데, 한 번에 몇만 위안이라 돈도 못 갚고, 그래서 계속 불안해하면서 사기죄로 고소당할까 봐 걱정한대요. 그래도 걱정은 걱정이고 즐길 건 즐겨서 돈은 여전히 물 쓰듯 써요. 오늘도 별일 없으면 밥 얻어 먹으러 온 거겠죠. 웨이거가 점심 뭐 먹을 거냐고 물어서, 레이비랑 그렇게 친한데 굳이 “먼 데서 친구가 왔으니” 하는 예의를 차릴 필요도 없어서 “귀찮으니까 그냥 국수!” 했더니 웨이거가 점심에 국수를 두 커다란 대야나 끓여놨어요. 어젯밤 남은 밥과 반찬까지 더하니 꽤 배불리 먹었어요. 레이비는 점심 먹고 바로 갔는데, 가기 전에 웨이거랑 십 위안 때문에 따지고 그러더라고요. 십 위안 때문에 누가 일부러 찾아오겠어요.
요즘 시대엔 꼭 해야 하는 일 말고는 어쩔 수 없이 인터넷으로 시간을 때우는 사람들이 있는데, 오래 하다 보면 그것도 싫증 나죠. 또 어떤 사람들은 심심함에서 문예 취향이 생기기도 해요. 아직 다 못 읽은 책이 하나 있다는 생각에 저도 괜히 문예해지고 싶어졌어요. 그런데 현실 여건이 받쳐줘야죠. 꿈에 그리던 나른한 오후, 은은한 차 한 잔 우려내고 창가에 기대 조용히 책 읽는 그 장면 같은 건 다 저리 치워버려요. 가난한 자는 값싼 Kindle 들고 돗자리에 누워 저작권 보호 기간이 지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나 읽는 게 어울리죠. 여러 해 겪어보니 침대에 누워 책 읽으면 효과는 딱 하나예요. 엄청 졸려요. 수면제보다 낫고 더 강력해서, 얼마 안 가 졸음이 산더미처럼 밀려와서 Kindle을 내려놓고 잤어요.
5시가 넘어서야 일어났어요. 아직 처리 못 한 일이 하나 있거든요. 징둥(JD) 수령점에 가서 물건을 반품해야 하는데, 시간이 안 되면 그냥 포기하려고요. 같이 사는 애들은 다들 요리를 해봤는데 저만 아무것도 못해요. 대신 설거지 경험은 풍부하게 쌓였죠.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다 보면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쳐요. 저는 제 역할이 싫어졌어요. 창조자가 되기 위해서, 오늘 저녁엔 제가 요리를 할 거예요! 그리고 영광스러운 질적 변화에서 양적 변화로의 화려한 전환을 완수하기 위해 “샤추팡” 앱도 설치했어요, 닥쳐올 도전에 대비하려고요. “실천은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기준”이라는 구호를 수십 년 외쳐왔지만, 막상 실전에 적용해보니 지도자가 실천의 유일한 진리라는 게 확 느껴지더라고요. 웨이거가 제 작전 참모를 자처했는데, 저는 고기 볶을 때 피현 더우반을 넣겠다고 했더니 그가 이리저리 지시를 하더라고요. 거의 다 됐을 때에야 더우반장을 좀 넣었더니 부추 색이 안 예뻐졌어요. 그래도 먹어보니 별 차이는 없었어요. 애들은 먹을 만하면 된다고 하는데, 제비가 어찌 기러기의 뜻을 알겠어요. 제 목표는 상업급 요리거든요.
밤 10시에 컴퓨터를 끄고 책을 읽다가, 12시가 넘어 컴퓨터를 켜고, 씻고 나서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이걸 적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