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정신을 차리기
평범한 일상은 우리의 사고를 가장 쉽게 집어삼켜요.
매일 거의 똑같은 일을 처리하죠. 고객은 로고를 좀 더 크게, 내용을 좀 더 눈에 띄게, 색을 좀 더 선명하게, 레이아웃을 좀 더 풍성하게 해달라고 해요. 마치 어떤 남자분들이 여성에게 품는 환상처럼요. 가슴은 크게, 옷은 섹시하게, 몸매는 풍만하게. 그러면 시키는 대로 고쳐요. 결과물은 하나도 마음에 안 드는데 고객은 그게 좋다네요. “괜찮네요 젊은이, 수고했어요” “넵~” 하면서 속으로는 ’로고는 크게! 내용은 눈에 띄게! 색은 선명하게!’를 되뇌며 또 다른 레이아웃 몇 개를 괴롭게 마무리하죠. 이런 비슷한 일을 몇 달 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완전히 일에 잠식당한 걸 발견해요. 하루 종일 컨베이어 벨트나 다름없는 일만 하죠.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무지가 곧 힘!
결국엔 늘 지쳐 있다는 걸 깨달아요. 퇴근하고 돌아와 밥 먹고 나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중난하이 걱정이나 하면서 하루 종일의 웨이보를 훑어요. 흔적이라도 남길까 봐서요. 친구들의 공간을 들락거리며 오늘 하루 어떻게 지냈는지 봐요. 사실 오랫동안 만난 적도 없고, 상대의 목소리를 들은 지도 오래됐는데 말이죠. 마치 내가 존재하는 세상과 주변 친구들에게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웹페이지를 닫고 나면, 십 초 전, 일 분 전, 아니 십 분 전에 봤던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요. 늙기 전에 벌써 쇠했다는 느낌이 스쳐 지나가고, 이어서 그 슬픔이 북받치는 의식마저 연기처럼 사라져요. 잘 잊는 사람이 늘 행복하다는 위로가 있긴 하지만, 찜찜한 기분은 떨쳐지지 않아요. 몸속 도파민 수치야 몰라도, 자기 감정은 늘 분명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우울한 감정이 주는 부정적인 효과에 스스로 빠져들어요. 기분이 나쁘다는 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면서도 당장 실행에 옮기지 않죠. 결국 지루함이 극에 달해 무너질 것 같아질 때에야 예전에 했던 일이 그리워지고, 그제야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요.
저는 마침내 다시 책을 집어 들었어요. 작가의 사고 속으로 들어가서 인터넷, 드라마, 자동차, 여자의 유혹을 잊고 작가의 사유를 느껴요. 책을 덮은 뒤에야 자기 의식으로 작가의 사유에 나름의 판단을 내리죠. 고차원적인 결론에 이르진 못해도, 잘 쓴 글과 못 쓴 글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만족스러워요. 그 시간만큼은 제가 생각했고, 제가 사람으로서 존재한다는 걸 느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