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잔
옆방 아이들은 종종 맥주 몇 상자를 들고 와서 사람들을 불러 모여 소소하게 마시곤 해요. 인원도 정해져 있지 않고, 안주라곤 땅콩, 누에콩, 육포뿐이라 배불리 먹을 만한 맛있는 음식은 없어서 이런 모임은 그냥 수다가 위주고 먹는 건 그 다음이에요. 어젯밤에도 그 아이들이 맥주 일고여덟 박스를 들고 올라와서 남아 있는 사람들 전부를 불러 같이 마셨는데, 이번 방 모임은 4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이자 마지막이었어요. 다음 날 반에서 몇 명이 광둥(Guangdong)으로 떠나거든요.
11시에 불이 꺼진 후에 저는 그 방으로 갔어요. 가기 전에 일부러 반바지까지 챙겨 입었죠. 우리 기숙사 아주머니도 부른 모양이라서요. 사실 안 입어도 됐어요. 제가 혼자 팬티 차림으로 방에서 인터넷하고 있을 때 아주머니가 들어와서 뭐 좀 찾아 달라고 한 적도 있는데, 이미 다 익숙해진 사이라서요. 그래도 자리가 자리인 만큼 바지를 입고 가는 게 예의인 것 같았어요.
그 아이들은 방에 충전식 LED 조명을 대여섯 개나 세워 놨어요. 그렇게 밝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는 괜찮았어요. 십여 명이 평소에 마작 치던 작은 탁자 두 개를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었는데, 위에는 간식과 비뚤비뚤한 술병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죠. 다들 조잘조잘 떠드는 모습이 꼭 어스름한 가로등 아래 길거리 분식집의 무질서한 소란 같았어요.
그들은 이미 삼십 분쯤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아주머니가 저 들어오는 걸 보시더니 맥주 세 모금 벌칙으로 늦은 걸 자처하라고 하시더라고요. 네네, 술잔도 없으니 큰 모금으로 세 번 자처하라 하셔서 꿀꺽꿀꺽 마셨더니 병이 반쯤 비었어요. 사실 저랑 아주머니는 그렇게 친하지도 않아요. 그분은 제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고, 저도 그분께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죠. 그래도 아주머니가 반 친구 몇 명이랑 워낙 친해서 부른 거고, 또 2년 넘게 우리 쪽 기숙사를 돌봐 주신 것에 대한 감사도 있었어요. 술자리의 군중 효과란 게 있어서 누구 의견이든 쉽게 통과되기 마련이니, 개인으로서는 그 의견을 따르는 게 좋아요. 나대면 안 되니까요.
졸업 술자리에서 오가는 얘기란 결국 세 가지 주제예요. 떠나려니 아쉽다, 어디 가서 발전할 거냐, 잘되면 나도 좀 챙겨 달라. 그들은 한 명씩 돌아가며 건배하는 걸 좋아해서 저도 그 틀에서 벗어날 수 없었는데, 4년 동기인데도 여전히 별로 접점이 없는 친구들도 있더라고요. 고등학교 때처럼 취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자연스레 무리가 되더라고요. 허세 부리는 사람은 한 무리, 게임하는 사람은 한 무리, 원래 별 교집합도 없으니 술자리에서 저는 그냥 겉으로만 예의상 인사하는 정도였어요. 싫어서가 아니라 정말 할 말이 없어서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자, 말은 다 생략하고, 우리 우정은 다 술에 있으니 원샷!” 이러죠. 몇 순배 돌고 나니 겉치레 인사는 끝나고 진심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별로 모험은 없었어요.
저는 남들이 혼자 세상에 뛰어드는 걸 정말 존경하는데, 핑(Ping) 형이 그중 한 명이에요. 그는 다들 앞에서 혼자 선전(Shenzhen)에 가서 무시와 고생을 겪은 얘기를 했어요. 흥이 오르자 술병 하나를 붙잡고 탁자에 탁 내리치니 부서진 땅콩이 사방으로 튀었죠. 그러고는 기개 넘치게 말했어요. “앞으로 선전의 절반은 내 거야! 스티브 잡스가 뭐 대단하다고, 리카싱이 뭐 대단하다고!”
문득 어떤 사람들의 과장된 야심이 두렵게 느껴지더라고요. 아마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겠죠. 거대한 야심 뒤에는 어둠이 있거나 고생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예전에는 돈이 끝없이 많아서 뭐든 마음껏 사고 싶었는데, 나중에 야심이 점점 사그라들었어요. 현실에 꺾인 걸지도 모르죠. 이제는 돈이 아주 많기를 바라지 않고, 그냥 쓸 만큼만 있으면 돼요. 만족할 줄 알면 늘 즐겁잖아요. 남에게 내 능력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그냥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딱 쓸 만큼의 돈을 벌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