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난 서부 여행기: 더친(Deqin)
D3: 페이라이사(Feilai Temple) — 위벙촌(Yubeng Village)
어젯밤엔 선전(Shenzhen)에서 온 커플과 한 방을 썼어요. 방에 침대가 세 개 있었고, 1박에 100위안이었죠.
오기 전부터 금빛 일출은 못 볼 거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아침 일곱 시쯤 밖이 떠들썩하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재빨리 벌떡 일어났어요. 겉옷 챙길 겨를도 없이 게스트하우스 발코니로 나가 설산을 살펴봤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실망이었죠.
페이라이사의 숙박 환경은 정말 별로예요. 여행 내내 하루 100위안짜리 숙소를 썼는데, 페이라이사만큼은 시골 본가에 돌아온 기분이었거든요. 뭐, 틀린 말도 아닌 게, 페이라이사의 행정 지명이 ’디칭 티베트족 자치주 더친현 성핑진 쥐수이촌위원회 페이라이사 촌민소조’래요. 원래 작은 마을이고 평소엔 오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국경절 연휴 때만 되면 숙박비가 30분마다 10위안씩 오른다고 하네요.
전망대에 잠깐 들렀는데, 난간 옆엔 아침 일찍부터 운을 시험하러 나온 관광객들로 가득했어요. 그런데 메이리설산(Meili Snow Mountain)은 인심을 안 쓰네요. 산허리엔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구름과 안개가 조용히 자리 잡고 있어서, 마치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는 것 같았어요. 북쪽에서 바람이 불어와 이 뻔뻔한 수증기들을 싹 쓸어가 버렸으면 좋겠어요! 햇살 가득한 텅충(Tengchong)으로 다 굴러가 버리라고요!
메이리 13봉이 이렇게 사람을 밀어내니 오래 머물 수도 없어서, 차를 잡아 서당 온천(Xidang Hot Spring)으로 바로 가서 위벙 트레킹을 시작했어요.
위벙으로 가는 길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니농(Ninong)에서 란창강(Lancang River)을 따라 들어가는 길, 다른 하나는 서당 온천에서 들어가는 길이죠. 소형 버스로 페이라이사에서 서당 온천까지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아요. 페이라이사 마을에서 눈으로 다 보이거든요. 그런데 차가 산을 돌아가느라 두 시간이 걸리고, 요금도 20위안이나 해요. 개인 차주들만 운전하면서 전화하는 줄 알았는데, 버스 기사도 마찬가지더라고요. 끝이 안 보이는 란창강 대협곡 양쪽 절벽 위에서 한 손으로 핸들을 돌리면서 다른 손으로 번호를 누르고 전화를 하더라고요. 존경심이 들면서도 긴장됐어요. 매일 이 길을 달리면서 수많은 여행객을 실어 나르는 사람들이니, 제발 그런 낮은 확률의 사고만은 저한테 오지 않기를 바랐죠.
위벙으로 들어갈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어젯밤 같은 방을 쓴 선전 커플이 비닐 우비를 하나 빌려줬어요. 원래 그들도 위벙에 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부족할까 봐 밍융 빙하로 바꿨대요. 제가 우비를 안 챙긴 걸 보고 자기네 걸 준 거예요. 아주 얇은 거지만 없는 것보다 만 배는 나았죠.
위벙으로 가는 길은 트레킹이나 승마밖에 없어요. 상당수 관광객은 서당 온천에서 내려서 바로 말을 타고 올라가요. 말이 가는 길과 트레커가 걷는 길이 같은 길이라, 진흙탕 길바닥엔 말 오줌과 말똥이 뒤섞여 있더라고요. 같이 간 사람한테 이 길은 분명 밀 심기 좋은 땅이라고 말했어요.
가는 길의 고생은 굳이 길게 늘어놓고 싶지 않아요. 몸에 2030근(1015kg)짜리 장비를 메고 비 오는 날 진흙탕 길을 여섯 시간 걷다 보면, 무너질 것 같아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그 고됨을 몸소 느끼게 되거든요. 가는 길에 대단한 사람들도 많이 만났어요. 평발 신발에 나뭇가지 하나 꺾어 짚고, 장비라고는 하나도 없이 위벙에 들어오는 사람들 말이죠. 그래도 그분들은 나중에 등산화 신은 트레커들한테 다 뒤처졌어요.
상위벙까지 대략 여섯 시간이 걸렸어요. 옷은 거의 다 젖었는데, 아마 절반은 땀이었을 거예요. 상위벙에 도착했을 때도 날씨는 여전히 흐렸고, 위쪽 설산 정상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아서 꽤 심심했어요.
D4: 신푸(Shenpu, 신성한 폭포)
이것도 시간 때문인데, 저는 빙호 일정도 포기하고 구이저우(Guizhou)에서 온 아가씨 몇 명과 함께 신푸로 갔어요. 신푸는 설산 융수가 만들어낸 폭포예요. 하위벙에서 여러 폭포가 모여 이루어진 개울을 따라가면 도착하는데, 길 양옆은 온통 울창한 원시림이었어요. 쓰러진 굵은 나무줄기엔 새파란 이끼가 잔뜩 붙어 있고, 어떤 줄기엔 모양도 제각각인 버섯이 점점이 달려 있었죠. 여기서 살아 있는 송이버섯 한 송이라도 만나고 싶었는데, 결국 더친을 떠날 때까지 한 번도 못 봤어요.
D5: 더친 — 샹그릴라(Shangri-La)
7시에 위벙을 출발해서 12시 가까이에 서당 온천에 도착했고, 25위안을 내고 페이라이사까지 간 다음, 거기서 카풀을 해서 샹그릴라로 갔어요. 카풀 기사는 티베트족 아저씨였는데 중국어를 잘 못했어요. 제가 조수석에 앉았는데, 그분이 자꾸 뭐라고 중얼중얼해서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다가, 바이마설산(Baima Snow Mountain)을 지날 때에야 그게 경문이라는 걸 알았어요. “바이마설산 &%#@*#&……” 고갯길을 넘을 때마다 거의 같은 내용을 한 번씩 외우시는데, 아마 큰 산에 대한 존경심에서 한 차 사람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거겠죠.
밤 11시쯤 샹그릴라 현청 소재지에 도착했어요. 저는 다리학원 학생 한 명과 함께 고성의 2인실을 잡았는데 1인당 90위안이었어요. 그리고는 시원하게 샤워하고 정신없이 깊이 잠들었어요. 1일에 집을 나선 이후로 이렇게 따뜻한 이불 속에서 잔 적이 없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