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직장

11월에 다섯 군데 회사 면접을 봤는데, 결국 첫 직장과 비슷한 일을 하게 됐어요. 그러고 보니 누가 그랬더라, 첫 직장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그러지 않으면 평생 그 업계에서 맴돌게 된다고요. 면접 본 다섯 곳 중 세 곳이 그래픽 디자인 쪽이었고, 두 곳에서 오퍼를 받았는데 지금 다니는 이 금 투자 회사에서만 정규직이 됐어요. 그런데 업무량은 예전 광고 회사보다 훨씬 적어요. 광고 회사에서는 하루에 시안을 몇 개씩 마감해야 해서 정말 힘들었는데, 급여로도 보상이 안 되니까 그만뒀거든요(직장에서 힘들고 고되다고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근본 원인은 다 급여가 낮아서라고 생각해요). 지금 하는 일은 엄청 편해요. 시안 하나를 사흘에 걸쳐 만들 수 있고, 한 달에 시안이 몇 개 안 되는데 시간은 똑같이 흘러가고 일은 또 그렇게 하게 되더라고요. 그저 여러 가지 다른 안을 만들어서 매니저가 고르게 하면 되고, 가장 중요한 건 더 이상 고객과 직접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예요.

지금은 아직 수습 기간이라 월급은 많지 않은데,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은 예전보다 많아요. 사실 좀 부끄러운 얘기지만, 먹고 자는 건 다 부모님 덕이거든요. 나중에 따로 나가 살까 생각한 적도 있어요. 회사에서 가까운 곳에 살면 한 시간은 더 잘 수 있고 자유도도 더 크니까요. 그런데 우리 집은 비교적 전통적인 가정이라 부모님 의견도 고려해야 해요.

일주일 업무 정리 겸, Design for customer.

회사에 온 첫 주인데, 이번 주에는 회사의 조직 구조와 업무 유형을 대략 파악했고 새로운 동료들도 몇 명 알게 됐어요. 일주일 동안 디자인 업무를 했는데, 예전의 복잡한 일에 비하면 지금 하는 일은 훨씬 체계적이고 방향성이 뚜렷하며 디자인 스타일도 비교적 안정적이라 좀 편하게 느껴져요. 그런 바탕 위에서 디자인할 때 더 세심하고 이성적으로 작업하게 됐고, 디자이너의 시선뿐 아니라 수용자의 입장에서 작품이 전달하는 정보의 시각적 느낌을 더 많이 고민하게 됐어요. 다른 사람의 눈으로 자기 작품을 바라볼 때 비로소 작품이 더 쉽게 읽히고, 회사가 전하려는 정보도 더 잘 전달될 수 있다고 믿거든요.

이번 주 월요일에는 골드 적립 DM의 최종 시안을 마치고 인쇄에 넘겼어요. 이 작품은 지난주 목요일에 내용을 확정하고 디자인을 시작했는데, METRO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아 대략적인 스타일을 잡았어요. 주말에 열어 보니 별로 합리적이지 않더라고요. 내용은 좀 더 세밀하게 구분하고 색면은 작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인쇄물은 손가락으로 조작하는 휴대기기와 다르니까, 고객이 한눈에 우리 홍보 목적을 알아차리게 하는 게 이 DM의 핵심이거든요. 그래서 DM을 다시 디자인했고, 블록에 둥근 모서리를 넣고 ’회원 모집 내용’을 중점적으로 강조해서 고객에게 전달되는 메시지가 훨씬 안정감 있게 됐어요. 목요일에 완성품이 나왔는데 결과도 꽤 괜찮았어요.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자오자가 마케팅부 명함을 디자인해 달라고 해서 여섯 가지 시안을 만들었는데, 결국 기존 명함과 차이가 너무 크면 안 된다며 원래 스타일을 그대로 쓰기로 했어요. 그래도 이 명함은 인쇄에 넘기기 전에 취소됐어요. 회사 VI 시스템 디자인이 끝나면 우리 명함도 바뀔 거라면서 차오 총괄이 잠시 미루고 올해 설날용 ‘1그램 골드’ 세뱃돈 봉투를 만들라고 하더라고요.

목요일과 금요일은 주로 ‘1그램 골드’ 세뱃돈 봉투 디자인을 했어요. 봉투 안에는 축하 카드도 디자인해야 하고, 카드 위에는 금화를 교묘하게 끼울 수 있는 구조도 설계해야 해요. 금화를 끼우는 구조는 접착제를 쓸 수 없고 종이만으로 견고함을 유지해야 해서 난이도가 꽤 높아요(생산 비용도 올라가겠죠). 다음 주 안으로 세뱃돈 봉투 세트 디자인을 마칠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