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얼마 전 회사에서 행사를 하나 열었는데, 직원 모두가 거리로 나가 타깃 고객을 찾아 작은 선물을 건네고 연락처를 받아오라는 거였어요. 저는 원래 이런 마케팅 수법을 싫어하는 편인데, 그런 행사에 제가 참여자 중 하나가 될 줄은 몰랐네요. 그런데 저는 영업직도 아니고 언어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어서, 멘트 연습만 하면 늘 말이 꼬였어요. 그래서 차오 총꾼이 인사부의 원원 씨를 따로 불러서, 저와 네트워크 유지보수를 하는 다른 동료 한 명에게 언어 교육을 시키라고 했어요. 회사에서 큰 소리로 30분 동안 글을 읽으라고 하시더니, 한 달만 단련하면 우리 둘 다 술술 말하게 될 거라고 믿으시는 거예요.

가끔 말을 하다 보면 단어를 틀리거나 멈칫할 때가 있긴 하지만, 저는 제가 말을 더듬거나 겁을 먹는다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어떤 때는 제 뇌가 잠시 작동을 멈추는데 입은 계속 움직이고 있어서, 그래서 단어를 틀리고 그다음에 멈칫하게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뇌가 다시 돌아오고, 대화 내용에 흥미가 생기고, 마침 제 전공 분야일 때는 말이 더듬어지지 않아요. 예를 들어 친한 친구 두세 명이 둘러앉아 생각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수다를 떨 때면, 저는 머릿속이 또렷해지고 하늘 끝까지 거침없이 술술 말하게 되면서,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수다 방식은 찻집이나 카페의 등나무 의자에 앉아서, 공평하고 한가로운 자세로, 향기 가득한 차나 커피에서 피어오르는 희미한 김 사이로 천천히 마음을 나누는 거예요. 가장 싫어하는 수다는 밥자리에서 하는 수다예요. 다들 기세등등할 때 하는 이런 수다는 대부분 아무 말이나 주고받는 게 주를 이루는데, 가장 들떠 있고 쓸모없죠. 옛날에 칼춤으로 흥을 돋웠다면 오늘날엔 허풍으로 소화를 돕는 셈이에요. 그래서인지 친구들이 밥자리에서 세상을 논할 때 저는 몰래 정신없이 허겁지겁 먹어대거든요. 그들이 겨우 오 할쯤 말을 했을 때 제 배는 이미 십 할쯤 불러 있는 거예요.

오늘 팅팅, 아신, 아신의 남자 친구, 그리고 저 이렇게 넷이서 음악 공원에서 수다를 떨었는데, 그 친구가 우리 셋은 왜 수다를 떨 때마다 죄다 인생 이야기만 하냐고 묻더라고요. 저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확실히 우리 몇 명은 각자 자기 삶을 살고 있고, 일하는 분야도 전혀 연관이 없고, 전문 지식도 공통점이 하나도 없어서, 생활이나 놀이, 이상 같은 이야기 말고는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제가 만난 친구들 중에 수다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단연 보험 파는 사람들이에요. 그들의 거침없는 말솜씨에 대한 제 존경심은 큰 강물처럼 끝없이 흘러넘친답니다. 우선 자기 일에서 겪은 반짝반짝 빛나는 온갖 이야기를 꺼내고, 두 시간쯤 지나면 지난번에 누군가와 수다 떨면서 들은 온갖 대단한 이야기를 꺼내고, 또 두 시간이 지나면 자기 고통과 포부를 꺼내고, 마지막 마무리는 “형님, 잘되면 저 잊지 마세요!“예요. 이런 내용들은 다 부차적인 거고, 핵심은 그들의 이 말들이 반드시 다들 이상하고 지친 자세로 앉아 있는 술자리에서 나온다는 거죠. 이런 수다를 마주할 때마다 저는 참지 못하고 오줌이 마려워지곤 해요.

소위 수다란 곧 교류예요. 생각을 서로 주고받고 영혼을 서로 깨우치는 수다라면 십 점을 줄 만하고, 자기 상황만 늘어놓아서 서로가 지루해지는 수다라면 고작 일 점 정도밖에 줄 수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