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좋은 날씨: 퇴사 다음 날
책 이야기가 아니에요.
먹구름이 잔뜩 낀 데서부터 풀밭에 발굽이 잠길 만큼 푸릇해지고, 다시 햇살이 눈부시고 꽃이 피는 생기 넘치는 풍경까지, 계절이 겨울에서 여름으로 바뀌는 건 눈 깜짝할 사이 같아요. 두꺼운 옷을 벗어던질 틈도 없이 빠르게요. 나는 오토바이를 십자로 앞에서 급정거시키고, 햇살이 몸에 콕콕 박히는 감각을 느꼈어요.
먼저 며칠 전 얘기부터 해볼게요. 이번 주 수요일 아침, 출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행정 담당 지아지아한테 사직서 양식을 달라고 했어요. 그녀는 별로 놀라지 않았을 거예요. 월요일에 전 직원 중 나만 꾸질꾸질한 사복 차림으로 계속 출근했고, 왕 총괄이 결정한 회사 업무 시험도 봤으니까요. 이게 다 퇴사의 전조였죠.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시험 못 붙으면 그만이에요. 퇴사 커트라인이 40점이라 좀 낮은데, 60점 미만이면 그냥 나가는 게 낫겠어요. 그리고 유니폼 안 입어서 깎이는 돈은 얼마든 깎든가 하라고 해요, 상관없어요!” 이런 막나가는 태도가 아마 그녀 마음을 상하게 했을 거예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때 나는 내가 딱딱한 근무 제도랑, 리더가 퇴사를 협박 수단으로 삼아 내미는 온갖 조건을 정말 싫어한다는 걸 아주 분명히 알고 있었어요. 유니폼 제도는 금융업의 관행이니까 그나마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협박’은 무정하고 각박함의 표시일 뿐이죠. 어쨌든 그런 사람들에게 큰 기대는 안 하는 게 좋아요.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금요일 월례회의 때 이미 퇴사를 고민했었어요. 다만 퇴사를 결심할 요인이 충분치 않아서, 퇴사와 잔류 사이에서 저울질을 해봐야 최선의 판단을 내릴 수 있었죠. 화요일에는 다음 회사 면접을 봤는데 처우가 조금 더 나았고, 점심을 같이 먹은 분위기도 괜찮아서 그날 바로 결정했어요. 다음 날인 수요일은 마침 수습 3개월을 꽉 채운 날이라, 인사부 원원이 정규직 전환 서류를 보내줬어요. 참 크지도 작지도 않은 농담이었죠. 지아지아가 보낸 사직서 양식도 마침 도착했고요. 전환 신청서 한 장, 사직서 한 장……
사직서를 출력해서 작성하는데, 창밖의 햇살이 유리를 굴절해 처음으로 내 책상을 가득 비추더니 온통 환했어요. 나는 이때 내게 종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얼마나 바랐는지 몰라요. 계시든 징조든, 내 미래는 창창하고 앞길이 활짝 열려 있을 거라고요. 몇 년 뒤 내가 성공한다면, 이 신기한 순간을 그지없이 그리워하겠죠. 오후에는 총괄과 한 시간 넘게 이야기했어요. 회사 업무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점, 제도가 못마땅한 점을 다 털어놨어요. 그녀는 개인적 매력과 설득력이 넘치는 리더라서 나를 붙잡고 싶어 했지만, 감성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 그때 내가 실제로 원하는 것, 즉 앞으로의 연봉을 끝내 명확히 짚지 못했어요. 어제 회사를 나설 때 여기 동료들, 특히 이곳 언니들이 정말 아쉬웠어요.
다시 십자로 앞에서 온몸이 후끈거리던 순간으로 돌아가면, 빨간불이 끝나자 나는 앞으로 쌩 달렸어요. 때는 오후 한 시가 조금 넘었고, 새 회사에서 막 퇴근한 참이라 동생이 아직 점심을 못 먹어서 데리고 덕시(Dicos)에 가려던 길이었어요.
그 뒤로 나는 또 주말의 심심함에 빠졌어요. 친구들을 만나고 싶지 않았어요. 다들 심심한 무리라 노래하고 밥 먹는 것 말고는 새로 꺼낼 놀이가 없거든요. 돈이 없는 게 주된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계속 이 남자 무리 속에서 어울리다 보면 다들 총각 문제를 못 풀 것 같았어요. 여자애 한 명이랑 자전거를 타거나 책을 보러 가고 싶었어요. 수다라도 좋고요. 하지만 그런 생각은 실현하기가 더 어려워서, 그냥 혼자 나가서 어슬렁거리기로 했어요. 자전거에 올라 고양이처럼 시골 들길 옆을 달리면, 혼자여도 참 자유로워요. 호숫가 바위에 앉아 바람이 귓가에 속삭이는 소리를 느끼고, 물결이 일렁이는 걸 보고, 조용히 낚시하는 아저씨를 보고, 버드나무 앞에서 사진 찍는 커플을 보고, 운동하는 할아버지를 보고, 카드 치는 젊은이들을 봐요…… 아무 느낌도 없어요. 나는 자유로운 고양이, 지금 좋은 날씨를 만끽하는 중이에요. 야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