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이후엔 뭘 할까?

우리 회사에 새로 온 지역 매니저가 있는데, 마흔이 넘어 보이는 데다 키도 작고 몸집은 다부진 데다 옷차림도 꽤 대충이라, 어느 방향에서 봐도 길거리에 널린 평범한 행인 갑이에요. 점심때 회사에서 밥을 먹는데 사장님이 가족 얘기를 물어보더니 자식이 아직 없다는 걸 알게 됐고, 다시 물으니 아내도 없다더군요. 한 테이블 사람들이 밤에 외로워서 어쩌냐고 놀려대자 다들 웃었는데, 그 사람만은 그렇게 편하게 웃지 못한 채 조용히 밥만 먹고 더는 말이 없었어요.

밥을 다 먹고 몇 명이 같이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동료가 문을 열러 오질 않아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어요. 다들 계단에 앉아 기다릴 수밖에 없었죠. 다른 동료랑 저는 둘 다 심심해서 각자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는데, 이 매니저는 제본이 다 헤지고 속지는 누렇게 바랜 데다 표지마저 난도질당한 책 한 권을 꺼내더니, 벽 모퉁이를 찾아 쪼그려 앉아서 아주 재미있게 읽기 시작하는 거예요. 도대체 무슨 책인가 궁금했는데, 인쇄 상태나 세월의 흔적으로 보면 완전히 야설이 딱 어울릴 만한 겉모습이었거든요. 그런데 한참 들여다보니 그냥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무협 소설인 것 같았어요.

그가 쪼그려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을 보니 예전부터 머릿속에 여러 번 떠올랐던 이미지가 생각났어요. 정말로 이런 사람이 있구나 싶었죠. 하루 종일 별일 없이 길가에 쪼그려 앉아 책을 읽는 사람, 아주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할 일이 없고 아무도 그에게 일을 맡기지 않기 때문인 사람. 여러모로 봐도, 그가 읽는 책이 그다지 고상하지 않다는 점이든, 책을 읽는 방식이 그리 품위 있지 않다는 점이든, 아니면 그가 나이 많은 독신 남성이라는 점이든, 어쨌든 제 눈에는 이런 마흔 살이 그리 빛나 보이지 않았어요. 심지어 좀 주관적으로는, 마흔이 넘어서까지 남을 위해 일하는 것도 참 난처한 인생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마흔 살쯤 된 중년이라면 자기 사업을 시작해야 하고, 한낮에는 고객과 사업 얘기를 해야지, 이런 상황에서 벽 모퉁이에 쪼그려 앉아 아무 잡념 없이 무협 소설이나 읽고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싶었죠.

옛말에 서른에 자립하고 마흔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가르침이 있는데, 그건 옛날 사람들 수명이 대체로 짧아서 ’자립’도 좀 더 일찍 해야 했기 때문이에요. 지금에 와서는 다들 예닐곱십 년을 살아가니 ’마흔에 자립’도 충분히 말이 되죠. 그런데 자립하기 전의 그 십 년 동안 우리는 뭘 하고 있었을까요? 스무 살에서 서른 살 사이는 배우는 단계예요. 전문 기술을 배우고, 사회 경험을 쌓고, 사회적 인맥을 만드는 시기죠. 서른이 지나면 지식은 어느 정도 갖췄고 사회 경험도 생겼고 인맥도 대체로 안정되니까, 이 단계에서는 아마 우리 에너지의 절반은 일에, 절반은 가정에 쏟으면서 마흔에 창업할 때 필요한 초기 자본을 조금씩 쌓아가는 거겠죠.

디자인은 젊을 때 하는 일이에요. 저는 서른이 넘어서도 같은 일을 계속할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고, 할 수 있다 해도 절대 하지 않을 거예요. 십 년 동안 같은 일을 하는 건 인생의 큰 불행이고 삶의 낭비니까요. 업종을 바꾸든가, 아니면 남에게 시키든가. 제 생각은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