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잘난 척하는 걸 보면 질투가 나요
늘 그렇듯이, 누군가가 LOMO 스타일 사진 속에 종이에 찍힌 주홍빛 전각 도장 자국을 보여주는 걸 보고만으로도 제 문예병이 아무 예고도 없이 도져버렸어요. 얼른 인터넷에서 전각칼 하나랑 쿤룬둥(쿤룬둥) 열 개를 사버렸죠. 크게 한판 벌여서 실컷 새겨보겠다는 야심이었어요! 주문을 마치고 나서는 또 고민이 시작됐어요. 첫째는 쿤룬둥이 서우산석(수산석)보다 무르고 칭톈석(칭톈석)보다 무늬가 적다는 점, 둘째는 이 많은 재료를 산 게 그저 내 이름이나 새기려는 것 같아서 좀 아깝다는 점이었죠. 얼마 전에 마우스 스위치가 고장 났는데, 마우스를 고치겠다고 인두기를 몇십 위안이나 주고 사놓고는 딱 한 번 쓰고 서랍에 처박아둔 채 다시는 꺼내지도 않았어요. 이번에 도장을 새기는 김에 뭔가 성과를 내고 싶어요. 마음에 드는 여자애를 만나면 한 개 선물하고 싶거든요. 잘 못 새겨도 상관없어요. 나중에 잘 안 풀려서 길거리에서 도장 새기고 증명서 만들어주는 일을 하게 되더라도, 적어도 스물네 살에 이미 이 바닥에 발을 들였다고 허풍 떨 수 있으니까요. 완전 베테랑인 척할 수 있잖아요. 루쉰(루쉰)이 《외침(고함)》을 내기 전에 작은 방에 숨어서 비석 탁본을 떴는데, 탁본으로 이름을 날리지는 못했어도 그래도 글 쓸 소재는 좀 모아서 독자들에게 바쳤잖아요.
돌이켜보면, 사실 저는 이런 헛수고 같은 일을 참 좋아해요.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뭔가 좀 배워두어서 혹시 필요할 때 대비하자는 거죠. 안타깝게도 대부분은 애쓰고도 성과가 없어서 마음이 아파요. 대학 다닐 때는 빈 시간이 넘쳐났는데, 그때 블로그를 이것저것 만져보기 시작했어요. 작은 기능 하나 고치는 데 하루가 꼬박 걸렸죠. 정신과 사고가 완전히 거기에 집중되니까, 당연히 코딩만큼 재미있는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컸는데, 워낙 수학적 논리 사고가 부족해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서도 결국 이 비현실적인 꿈을 포기했어요. 그다음엔 제품 디자인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수능 전의 꿈에 경의를 표하려는 거였죠. 그런데 대학 교육 과정에는 실질적인 내용이 없고 교수진 수준도 들쭉날쭉이라 전공에 염증이 생겼어요. 게다가 산업디자인의 살벌한 취업난까지 겹쳐서 그냥 포기해버렸죠. 지도교수한테 대놓고 말했어요. “배워서 뭐 해요, 어차피 나중에 전공 관련 일 안 할 건데!” 대학 4학년쯤 돼서야 손에 기술 하나는 있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할아버지가 석공이셨고 아버지가 목수였던 것처럼, 손에 기술이 있으면 굶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 그래픽 디자인을 시작했어요. 도서관에 틀어박혀 디자인 이론을 파고들고, 기차 타고 청두(Chengdu)에 가서 디자인 비엔날레도 보고, 디자인 전시관도 돌아다녔죠. 결국 이론 지식은 스스로 만족할 만큼 쌓였는데, 부족한 건 손기술이었어요. 시안(시안) 몇 개를 그려보고 곧 광고 회사에 들어갔는데, 광고 디자인은 그래픽 디자인과 완전히 다른 거라는 걸 깨달았어요. 저는 그저 소재나 쌓아놓기만 하면 고객이 좋아하더라고요. 그 후 지금까지, 제가 다니는 세 번째 회사에서도 손기술은 늘지 않았어요. 디자이너가 손그림을 형편없이 그린다는 건 업계에 대한 아이러니죠. 일찍이 제 손그림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다시 그림을 배울 생각도 있었지만, 실질적인 첫발을 내딛지는 못했어요. 올해는 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림은 제가 가장 해보고 싶은 거예요. 잘할 수 있다면 점·선·면의 관계, 색 배합, 레이아웃 구성을 충분히 이해하게 될 테고, 앞으로의 일에서도 불안해하지 않고 계속 평온함을 누릴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