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연말 결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전기를 쓰고 싶어 할까요? 저는 지금 제 연대기를 쓰고 있는 기분인데, 2013년의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천조 원년 3월, 굉장한 물건이 방에 들어와 온 집안이 밝아지니 성스러운 기적이라 여겨 마침내 동문의 일자리를 그만두고 서문으로 가 술 빚는 공방에 들어가 화가가 되어 반 년 남짓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으니 이해에 정사가 통하고 인화하며 만사가 뜻대로 되어 달리 적을 것이 없도다.” 뭐, 농담이고, 적어도 몇 가지 다른 이야기는 할 수 있겠네요.
먼저 제 경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아요. 가난한 집안 자식들이 사회에 나오면 누구나 돈이 좋은 거라는 걸 먼저 깨닫게 되죠. 저는 돈이 무척 부족해요. 1년 내내 만 원(위안)쯤은 모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연말이 되니 한 푼도 남지 않았어요. 이 자금 중 “고정자산 투자”로 바뀐 것들은 이렇습니다. 7천 위안이 넘는 DSLR 한 대, 5천 위안짜리 데스크톱 본체 한 대, 1천 7백 위안짜리 휴대폰 한 대, 1천 4백 위안짜리 산악자전거 한 대, 4백 위안짜리 책상 하나, 중고 공유기 하나, 그리고 두유 제조기 같은 자잘한 물건들도 좀 있고요. 책 사 모으는 병은 이미 나았어요. 1년 동안 2백 위안어치 조금 넘게 책을 샀는데 거의 다 못 읽었네요. 회사에서 밥을 주고 집에서 잠자리를 주긴 하지만, 나머지 돈이 어디로 갔는지는 정말 모르겠어요. 게다가 가족의 압박과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부모님이 제 머리 위에 집 한 채를 얹어 놓으셔서, 14년부터는 매달 2천 위안이 넘는 대출을 갚아야 해요. 솔직히 말하면, 집이 생긴 뒤로 자주 제가 깃털을 뽑힌 새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예전엔 손 닿을 듯 가까웠던 소원들이 지금은 너무나 아득하게 느껴져요. 새해에도 경제 계획이 있다면, 저는 여전히 만 위안을 모으고 싶어요.
둘째, 스스로를 좀 더 재미있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올해 새 회사에서 중년 분들을 많이 접했는데, 특히 회사에 띄엄띄엄 지원하러 오는 사람들 말이에요. 그들에게서 저는 무능함, 무력함, 그리고 아예 다 포기해버린 태도를 봤어요. 어쩌면 그들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을 텐데, 사회에 내몰려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된 거겠죠. 지식은 못 배우고 인맥도 없으니, 남은 인생에 가능성이 있다면 복권에 거는 수밖에요. 이런 비극을 피하려면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많이 쌓고 많이 배우는 거예요. 예를 들어 Python 프로그래밍을 배운다든가, 취미로 도장을 새긴다든가, 상사의 일 처리 방식을 관찰한다든가, 심지어 어떤 자리에서든 쓸 수 있는 즉석 토크나 여자들을 웃길 수 있는 야한 농담을 준비해 두는 것 말이에요. 이런 것들이 제가 말하는 “재미”의 본질과 인생 철학이에요. 계속 해나가면 여든 살이 되어서도 다들 함께 웃고 떠들 수 있으리라 믿어요.
셋째, 저는 여전히 좋은 사람이에요. 사실 저는 차라리 나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좋아서가 아니라면, 내가 미쳤다고 당신한테 잘해주겠어요!
넷째, 평범한 사람이 되기. 한때 저도 문예의 길을 잠깐 걸어보고 싶었지만, 어떤 사람들이 고고하고 냉담하게 세속을 초탈한 척하는 걸 보고 점점 역겨워졌어요. 그렇다고 “문예”를 폄하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어떤 사람들이 문예라는 이름으로 격조 있는 척, 취향 있는 척, 풍류를 즐기는 척하는 꼴을 보기 싫은 것뿐이에요. 본디 가난한 주제에 어쩜 그리 허세를 부리는지. 책 읽고 싶으면 읽고, 록 좋아하면 록 하고, 커피 좋아하면 마시면 되잖아요. 뭐 하러 십몇 위안짜리 와인을 마시면서 꼭 고블릿에 따라 빙빙 돌리며 한참을 흔들어대고, 뭐 하러 서양 음식 한 번 먹으면 대영제국의 따뜻함을 감상하며 감회를 늘어놓고, 뭐 하러 보름달 하나 봤다고 밤새 안 자고 절구를 짓는 건가요. 정말로, 그렇게 많은 시비인과도, 필연도 우연도 없어요. 인생에 그렇게 많은 의식 같은 건 없어요. 웃고 싶으면 웃고, 울고 싶으면 울고, 좋아하면 좋아하고, 싫으면 싫어하면 돼요.
꼬박 1년, 대략 이만큼의 이야기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