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결산
삶에 천지개벽할 만한 변화가 있었던 게 아니라서 몇 년째 연말 결산을 쓰지 않았어요. 그래도 이건 분명 하나의 의식이고, 기념할 가치가 있는 일이죠.
예전에 썼던 결산 몇 편은 그저 무슨 일을 했고 무엇을 얻었는지 정리하는 데 그쳤지, 경험이나 깨달음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어요. 우리 집안에는 현자가 없고, 가훈도 없고, 심지어 물려줄 만한 처세의 지혜조차 없거든요. 다행히 올해 아주 값진 베스트셀러 《원칙》을 읽었는데, 나 같은 성장 환경에서는 이 책이 딱 그 빈틈을 메워주더라고요.
지금 이 순간의 2018년은 손에 꼽을 수 있는 카운트다운과 함께 빠르게 흘러가고 있어요. 곧 지나갈 한 해를 나는 어떤 태도로 그리워해야 할까요? 다가올 한 해는 또 어떤 기대를 품고 맞이해야 할까요? 《원칙》의 방법을 적용하면 어떤 인생 경험을 정리할 수 있을까요?
사람의 행동은 자기 인식이 결정하고, 사람의 변화는 근본적으로 인식의 변화예요. 내 행동이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나는 지난날의 생각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부족한 점을 정리해서 고쳐나갔어요. 여러모로 2018년에 드디어 궤도에 올랐달까요. 한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기로 정했고, 평생의 직업도 정했고, 게다가 내 능력 밖의 것들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있으니까요.
지난 설날, 가족이 둘러앉아 밤늦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옛일 하나가 화제에 올랐어요. 할아버지가 그 대화를 듣고는 곧바로 단호한 태도로 그 이야기를 막으셨죠. 마침 그 무렵 《소매》를 읽었던 터라, 이런 구절이 떠올랐어요. “세상에는 기억할 가치가 없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아니, 세상에는 반드시 잊어야 할 일과 사람이 있다.” 할아버지의 의중을 바로 알아차렸죠. 2017년에 겪은 일들 때문에 나는 오랫동안 고통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는데, 그 경험에서 깨달음을 얻고 나서는 그 고민들을 금세 잊어버렸어요. 회상에는 돌아갈 길이 없고, 지나간 일은 바꿀 수 없으니, 오직 새롭고 두려움 없는 마음으로 미래를 적극적이고 낙관적으로 마주하는 수밖에요.
“두려움 없다”고 쓰다 보니, 트위터에 썼던 글이 생각나네요. “역사에 무지할수록 두려움이 없고, 꿰뚫어볼수록 오싹해진다.” 올해 있었던 어떤 큰일을 두고 한 말이에요. 사람은 누군가 한 명에게 칭찬받을 때는 기분이 좋고 자신감이 넘치지만, 한 무리에게 떠받들림을 받으면 쉽게 과신하고 독단에 빠지기 마련이죠. 하물며 그 사람의 권력이 무한대라서 함부로 논할 수도 없다면요. 문명과 평화는 타협의 산물이지만, 극단적인 상황 앞에서 어떤 통치자들은 오히려 착취하고 억압하고 약탈하려 들죠. 류량청은 《한 사람의 마을》에서 이렇게 썼어요. “어떤 세월에는 우리도 짐승이 되어야만 그 사람 살 수 없는 나날을 겨우 버틸 수 있다.” 나는 몹시 걱정스러웠고, 지아볜거우 같은 데 가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웨이보를 텅 비워버리고 침묵하는 짐승이 되기로 했어요.
웨이보를 비운 건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에요. 또 다른 이유는 넘치고도 가치 없는 정보의 홍수에 지쳤기 때문이죠. 나는 여러 SNS로 너무 많은 심심한 시간을 때웠는데, 그동안 그 정보로 돈을 벌지도 못했고, 하루짜리 인플루언서가 되지도 못했어요. 투입한 시간 비용과 얻은 정보 가치를 비교해보면 완전히 손해 보는 장사였죠. 그 뒤 웨이보 앱도 지웠는데, 삶에는 별 영향이 없는 것 같았어요. 지금은 트위터에 하고 싶은 말을 기록하고, 블로그에는 장문을 쓰고, Netflix로 드라마를 보고, 가끔 V2EX나 IT 사이트를 기웃거리는 정도예요. 삶으로 돌아가 평범하고 간소하게 사는 것, 예전에 화려하고 멋부리는 걸 좋아했던 내가 어쨌든 상상도 못 했을 결과예요.
상반기에 죽마고우 집에 갔더니, 친구가 자기는 꿈이 없고 지금 유일한 목적은 돈 버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참 공교롭게도 내 목적도 돈 버는 거예요! 게다가 매년 작은 목표를 하나씩 세우죠. 2018년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고, 94.4%를 채웠어요.
2019년 경제 상황은 대체로 큰 문제가 생길 거라고들 봐요. 나는 지금 예금이 없고 자가 주택 한 채뿐이라 자산 가치 하락은 걱정하지 않아요. 대출 상환액은 가계 소득의 8분의 1로, 안전선인 3분의 1보다 훨씬 낮죠. 내가 종사하는 주류 업종은 정보가 정확하다면 경제가 나빠질수록 매출이 오히려 좋아져요. 다만 최근 몇 년 부모님의 경제 사정이 예전만 못하고, 남동생이 아직 고등학생이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요소예요. 앞으로 몇 년 경제가 계속 내리막이라면 부모님은 아마 시골로 돌아가실 수밖에 없을지도 몰라요. 고향에는 경제 작물을 기를 만한 땅이 충분하니 그것도 괜찮은 방법일 수 있겠죠. 나는 늘 고향에 미국식 주택 한 채를 짓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럴 계기와 자금이 없어요. 부모님이 돌아가신다면 나는 그 방향으로 힘써볼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