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인터넷에서 사라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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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설명: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 2013년 언론에 미국의 대규모 통신·기존 자료 감청 프로그램인 ‘프리즘(PRISM)’ 프로젝트를 폭로해 미국의 수배를 받게 된 인물이에요.


그동안 가입했던 사이트들을 하나씩 정리해 봤는데, 결국 더우반(Douban), 바이두(Baidu), Facebook 같은 사이트들은 모두 포기했어요. 소중한 추억이 많긴 했지만, 마음먹고 지우고 나니 그건 정말 순식간의 일이더라고요. 계정을 삭제한 뒤에 상실감이나 후회가 밀려올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작은 배는 이제 떠나가고, 강과 바다에 여생을 맡기리라”는 식의 홀가분함이 들었어요. 그 난잡했던 과거가 드디어 연기처럼 사라진 기분이었거든요.

제가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째, 부적절한 발언을 지우고 개인 이미지를 새로 세우기 위해서예요.

예전에는 젊어서 혈기 왕성해 말이 앞서거나, 철없이 남들 하는 말을 따라 하면서 편향된 평가나 사심 가득한 감상을 SNS에 쉽게 올렸는데, 지금 돌아보니 민망해서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저 스스로도 어처구니없고 우스웠지만, 친구나 동료, 가족이 그걸 보고 눈총을 줄까 봐 걱정도 됐어요. 자칫하면 제 이미지가 완전히 무너질 테니까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니, 얼른 지워버리는 게 속이 편했어요!

둘째, 신상 털기(소셜 엔지니어링)를 막고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예요.

인터넷은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해 주지만, 동시에 발언에 마땅히 따라야 할 도덕적 수준마저 떨어뜨렸어요. 랜선 뒤에 숨은 키보드 워리어들은 법 위에 군림하듯 피해자를 마구 비난하고, 심심한 사람들은 피해자의 SNS 아이디를 실마리로 삼아 이리저리 교차 검증해서 실제 신원을 찾아내기도 하죠. 심지어 익명의 누군가는 직위의 이점을 이용해 불을 더 키우고, 피해자의 개인정보와 가족 정보를 그대로 폭로해서 상관없는 사람까지 논란의 중심에 세우기도 해요! 비슷한 사례는 흔하니까, 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인터넷에 글을 올릴 때는 위치, 직책, 차량 번호 등 개인정보를 되도록 노출하지 않는 게 좋아요!

셋째, 정치 상황이 어디로 튈지 모르니 말 때문에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예요.

’표현의 자유’가 헌법에 적혀 있긴 하지만, 정부가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는 없어요. 일반 대중도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에 대해 폭넓은 논의를 거쳐 합의를 이룬 적이 없고요. 우리 정부의 정책은 안정성과 연속성이 일직선으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서, ’발언’에 대한 허용의 경계도 오르락내리락하고, 일선의 집행자들도 그때그때 흘러가는 대로 움직여요. 오늘의 정치적 올바름이 내일은 불법 발언이 될 수도 있는 거죠.

몇몇 계정을 지운 뒤에 저는 또 다른 익명 계정들을 만들었어요. 익명은 체포를 피하려는 게 아니라, 일선 집행자가 권력을 남용하는 걸 막으려는 거예요. 중국의 대형 사이트는 거의 다 실명제라서 익명이 불가능하고, 말이나 행동에 문제가 생기면 아무 일선에서나 저를 찾아낼 수 있어요.

물론 해외 대형 사이트도 대부분 휴대폰 번호를 입력해야 하지만, 중국인 입장에서는 이미 국내 사이트보다 훨씬 안전한 편이에요. 국가 최상위 기관이 개입해서 인맥을 동원하거나, 해커 기술이 필요하거나, 해외 사이트를 공격하지 않는 한, 평범한 일선에서 해외 사이트의 개인정보를 손쉽게 빼내는 건 절대 불가능해요. 그렇게 큰 국제적 역량을 한 사람을 상대로 동원하려면, 본인이 ‘스노든’ 같은 인물이 아닌 이상 몇 마디 나쁜 말을 한 정도로는 절대 그렇게까지 안 해요.

어떤 사람들은 해외 사이트가 개인정보를 빼간다고 걱정하는데, 사실 별로 상관없는 일이에요. 멀리 떨어진 나라의 조직이 우리를 국경 너머로 쉽게 해칠 수는 없고, 우리를 해치는 건 언제나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니까요. 예를 들어, 서구 정치인들은 늘 화웨이(Huawei)가 국가 안보를 침해하고 개인정보를 빼간다고 공격하지만, 많은 서구 시민들은 거들떠보지 않아요. 평범한 서민이 쓰는 휴대폰이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줄 리도 없고, Apple이나 Google, Amazon이 개인 취향을 분석해 맞춤 광고를 밀어내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거죠! 마찬가지로 우리가 Apple, Google, Amazon을 쓰는 게 바이두나 타오바오(Taobao)한테 맞춤 광고를 받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결국 국내외 SNS를 한 차례 정보 분리했어요. 국내 사이트는 실명 인증된 웨이보(Weibo)만 남겨서 눈으로만 보고 발언은 하지 않고, 해외 사이트는 twitter와 이 블로그만 남겨서 긴 글을 쓰기로 했어요. 이 세 곳이면 국내외 소식을 충분히 알 수 있고, 생각도 조금은 나눌 수 있으니까요.

해외 사이트에서 완전히 익명으로 활동하는 방법:

1. 해외 휴대폰 유심을 하나 사세요.

Google voice 번호를 사거나, 국제 로밍 유심을 사면 돼요. 저는 홍콩의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대만구) 휴대폰 충전 카드를 골랐는데, 이 카드로 국내에서도 Google과 twitter를 정상적으로 볼 수 있어요. 물론 주된 목적은 해외 사이트의 인증 문자를 받는 거고요. 이 카드는 분실하면 재발급이 안 되기 때문에 거의 밖에 가지고 다니지 않고, 평소엔 집에 있는 안 쓰는 휴대폰에 꽂아 두기만 해요.

2. Protonmail 익명 이메일을 만드세요.

이 메일은 종단 간 암호화 기술을 쓰고, 서버는 중립국인 스위스에 있어서 스위스 개인정보 보호법의 보호를 받아요. 가입할 때 휴대폰 번호도 필요 없고요.

3. 휴대폰 유심, 이메일, 그리고 서로 다른 프로필 사진과 아이디로 필요한 서비스에 가입하세요.

예를 들어 개인정보 보호 도메인, twitter, 서버, 홍콩 지역 Paypal 같은 것들이요. Paypal은 입금이 안 돼서 어쩔 수 없이 제 visa 카드로 결제하는데, 저는 나쁜 짓을 하지 않으니 Paypal이 은행 정보를 빼갈까 봐 걱정하진 않아요. 혹시 걱정된다면 디지털 화폐로 필요한 서비스를 구매하는 방법도 있어요.

이 정도만 해 두면 국내외 개인 계정이 거의 연결되지 않고, 교차 검증으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도 없어서 사실상 익명 상태가 돼요.

익명은 함부로 지껄이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권력이 이미 표현의 공간을 침식해서 개인의 의견 표명을 위협하고 협박할 때, 익명은 그저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고, 민족주의와 다수의 폭력이 개인의 존재를 억누를 때, 익명은 그저 신변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에요.

아래는 실전 성과예요:

  1. 2020년 3월, 웨이보에서 대량의 사용자 휴대폰 번호가 유출됐지만, 저는 해외 휴대폰 번호를 연동했고 데이터도 비워 둔 상태라 아무 영향이 없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