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 여행기: 리장
D6: 고성
리장(Lijiang)에는 가본 적도 없고 가고 싶지도 않았어요. 과도하게 상업화된 고성 말고는 리장 하면 떠오르는 게 없었거든요. 그런데 결국 어쩔 수 없이 가게 됐어요. 거기서 기차를 타고 광퉁(Guangtong)진까지 간 다음, 다시 기차로 갈아타고 돌아와야 했거든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다리(Dali) 대학생 한 명이랑 샹그릴라(Xianggelila) 고성을 어슬렁거리며 아침 먹을 곳을 찾았어요. 고성은 몇 군데 가봤는데, 건축 양식이 조금씩 다를 뿐 나머지는 대체로 비슷해요. 똑같은 바, 똑같은 여관, 똑같은 특색 간식, 심지어 사장님 사투리까지 똑같아요. 고성을 한 바퀴 돌고 나서 버스터미널에 갔는데, 그 친구는 원래 다리로 바로 가려고 했대요. 만나기로 한 아가씨가 있다면서요. 제가 아침 마지막 두 장 남은 리장행 버스표를 사면서 다리로 바로 가는 게 나은지 리장 경유가 나은지 물어봤더니, 직행이 있는지 먼저 보자더라고요. 결국 다리행은 하루 종일 표가 없었고, 리장행도 없어져서 하는 수 없이 오후 차로 리장에 먼저 가기로 했어요. 여행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다시는 안 볼 사람, 다시는 떠올리지 않을 사람도 많죠. 이 친구도 그렇게 영영 작별이었어요.
아침 10시에 샹그릴라를 출발했는데, 샤오중뎬(Xiaozhongdian)에 도착했을 때는 좀 후회됐어요. 길 양옆으로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 이름 모를 빨간 꽃이 간간이 피어 있고, 야크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한 가지 눈에 띈 게 있는데, 티베트 지역에서 가장 예쁜 건물은 포탈라궁도 쑹잔린 사원도 아니고, 바로 하나하나 아름답고 웅장한 티베트식 현대 학교들이었어요.
오후 2시 반에 리장에 도착해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GPS 안내를 따라 고성으로 놀러 갔어요. 고성에 들어가려면 고성 보호비를 내야 한다고 하는데, 고성에는 출입구가 많아서 아무 데나 드나들 수 있더라고요. 이 거지 같은 비용을 대체 어떤 경로로 걷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갔어요. 어쨌든 아무도 막지 않아서, 큰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고성 안으로 들어와 있었어요.
샹그릴라 고성의 첫인상은 티베트식 조각 들보였고, 리장 고성 건축의 첫인상은 흰 벽이었어요. 인터넷에 떠도는 리장의 상징적인 패방 스타일과 비슷하더라고요. 사실 다리 건축 양식과 별 차이 없다는 느낌이었어요. 여기서 위벙(Yubeng)에서 같이 다녔던 구이저우(Guizhou) 아가씨 몇 명을 만나서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뜻밖에도 위벙에서 나올 때 등산스틱을 빌려준 선전(Shenzhen) 누나도 만났어요. 만약 위벙을 떠날 때 그 등산스틱을 돌려주지 않았다면, 결국 리장에서라도 그분이 저한테 돌려받아야 했겠죠, 하하. 전자라면 고난을 함께한 우정이고, 후자라면 결국엔 만나게 되는 인연인 셈이죠.
CCTV 드라마 채널에서 요즘 《목부의혹》을 방영 중인데, 고성을 걷다 보니 어느새 목부 저택 정문에 도착했어요. 관광객들이 잔뜩 몰려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꽤 인기 있는 모양이었어요. 잘 모르는 상태에서 다른 관광객들을 따라 표를 사서 안으로 들어가 봤는데, 세상에! 목부 저택이 너무 작더라고요. 거의 다 모조 고건축인데, 이게 40위안이나 한다고요! 해설사가 목부 관람은 삼분 보고 칠분 듣는 거라고 하던데, 주로 듣는 거라면 피시방에서 느긋하게 목부 역사나 검색하는 게 낫지 않나 싶었어요. 저는 그냥 풍경 보러 온 거라 대충 훑고 나왔는데, 중국 다른 도시의 모조 고건축과 다를 바 없어서 20분 만에 나왔어요. 아무튼 목부 저택은 완전 돈 낭비였어요. 더친(Deqin)현의 이른바 샹그릴라 생태관광 패키지 표만큼이나 돈 낭비였죠!
리장은 스스로를 ’낭만적 만남의 도시’라고 자처하는데, 여기가 확실히 그런 만남을 하기 좋은 곳이라는 건 인정해요. 단, 바에 가서 술을 마셔야 한다는 전제하에요. 구이양(Guizhou)과 선전 배낭여행객들을 보내고 나면, 리장에서 저는 저밖에 모르는 사람이거든요. 저녁에 고성을 좀 돌아다녔는데 별로 재미없었어요. 결국 여관으로 돌아와 쿤밍(Kunming) 커플과 마당에서 12시까지 잡담하다가 잠들었어요.
D7: 광퉁
광퉁은 청쿤선과 쿤리선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추슝(Chuxiong)주의 작은 마을인데, 물류 환적업이 꽤 발달해서 시가지 면적이 커서 저는 줄곧 현청 소재지인 줄 알았어요. 여기서 환승하는 건 이번이 두 번째인데, 이번에도 역시 인터넷으로 시간을 때웠어요. 재작년에 여기서 환승할 때 만든 윈난성 인터넷 계정이 아직도 쓸 수 있더라고요.
광퉁은 관광 도시가 아니라서 채소와 고기를 대체로 자급자족하고, 물가도 훨씬 싸요. 더친이랑은 비교도 안 되죠. 버스 정류장 맞은편 식당에서 파는 찐 돼지족발이 한 그릇에 15위안밖에 안 하는데, 고기가 부드럽고 맛이 쏙 배어서 아주 굿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