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뤄양·샹양 자가용 여행기 (2026)
아이가 6일짜리 봄방학을 맞았는데, 제가 기차표를 못 잡았어요. 그래서 그냥 자가용으로 떠났답니다. 금요일에 학교 정문에서 아이를 태우고 북쪽으로 쭉 달렸어요. 한중(Hanzhong), 시안(Xi’an), 뤄양(Luoyang)을 거쳤고, 그러다 문득 허난(Henan)까지 왔는데 김에 쉬창(Xuchang)에 들러 파동라이(Pang Dong Lai)도 보고 가자 싶더라고요. 쉬창에서 청두(Chengdu)로 돌아오는 길엔 샹양(Xiangyang)과 안캉(Ankang)을 지났어요. 총 주행거리는 약 2500km입니다.
자가용 여행이 기차 여행보다 나은 점은 딱 하나예요. 바로 자유로움. 어디든 멈추고 싶으면 멈출 수 있잖아요. 둘째 날 한중에서 뤄양으로 가던 중, 고속도로 옆에 병마용이 보이는 거예요. 핸들을 오른쪽으로 살짝 틀어 몇 킬로미터만 더 달려 고속도로를 빠져나가 진시황 병마용을 구경했어요. 싼먼샤(Sanmenxia)에 이르러 황허(황하) 강변에 닿아서는 강가에서 사진도 찍고요. 뤄양 백마사를 둘러본 뒤엔 아내와 아이가 햇볕에 지쳐서 움직이기 싫어하더라고요. 그래서 소림사 일정은 즉석에서 취소하고 바로 쉬창으로 가서 파동라이를 체험했어요. 집에 오는 길에 샹양 고성이 꽤 괜찮아 보여서 샹양에서 하루 더 머물렀고, 밤에는 샹양 고성벽 옆에서 콩명등(풍등)을 날렸답니다.
우리 가족은 몇 년째 여행을 다닐 때 쭉 쓰촨 이남 지역만 맴돌았어요. 가장 북쪽이라 해봤자 시안에 다녀온 게 전부였고, 북방의 다른 지역은 가본 적이 없었죠. 그래서 늘 넓디넓은 화북평원을 체험하고 북방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어요.

📷 진시황 병마용

📷 처음 본 황허, 건너편이 산시성

📷 뤄양 룽먼석굴 노사나대불

📷 뤄양 백마사, 불교가 중원에 전래된 최초의 사찰

📷 백마사 태국식 사원

📷 뤄양 모란

📷 쉬창 파동라이
작년에 유난히 쉬창 파동라이에 가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소원을 이뤘어요. 쉬창 스다이광장의 파동라이는 아마 가장 인기가 좋은 지점일 텐데, 바로 그래서 쇼핑 경험이 그리 좋진 않았어요. 뭐니 뭐니 해도 사람이 정말정말 너무 많아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거든요. 설날 앞두고 샘스클럽에 온 것 같았어요. 손님들도 뭘 사러 온 게 아니라 마치 물건을 떼러 온 사람들 같더라고요. 자체 브랜드 주방세제, 제과, 육포 소시지가 카트째로 실려 나갔어요.
파동라이의 상품 진열은 강박증이 나을 정도예요. 색깔이 가지런히 통일돼 있어서 보기만 해도 즐겁죠. 자체 브랜드 상품들, 예를 들어 세안티슈, 간장, 주방세제 같은 것들이 품질도 좋고 가격도 착해서 살 만해요.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특색 있는 건 아마 파동라이의 조리식품 코너일 거예요. 조리식품 종류가 제가 가본 어떤 마트보다도 많았어요. 종류가 많은 데다 맛도 훌륭해서, 우리 저녁은 파동라이로 해결했답니다. 8.9위안짜리 큼직한 조리 육포 소시지는 하나만 먹어도 배부르고, 다섯 가지 맛 중에 골라 먹을 수 있어요. 19위안짜리 랴오지 보보지 한 통은 그 맛이 정말 현지 그대로예요! 자체 브랜드 제과도 하오리라이에 뒤지지 않더라고요. 우리 집이 파동라이 옆에 있었다면 아마 하루 세 끼 다 불 안 켜고 여기를 식당 삼아 먹었을 거예요. 그게 얼마나 좋겠어요!
파동라이는 마트만 운영하는 게 아니라 금은방, 안경점, 약국도 운영해요. 파동라이 매장은 어디든 불티나는데, 값싸고 품질 좋은 상품과 음식이 쉬창 시민들에겐 정말 친절하죠. 하지만 지역의 다른 상인들에겐 재앙이나 다름없어요. 파동라이는 서비스, 공급망, 그리고 전 직원 주식 보유 방안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극한까지 끌어올려서 다른 상인들이 도저히 견줄 수가 없거든요.

📷 샹양 고성에서 콩명등 날리기
샹양 고성을 둘러본 건 정말 뜻밖의 기쁨이었어요. 랑중이나 리장(Lijiang) 고성처럼 오래되진 않았고, 대부분의 건물이 70~80년대에 지어진 것일 텐데, 그렇지만 진짜 생활의 온기가 다른 고성에는 없는 매력이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나 샹양 소고기 국수 한 그릇 먹고, 아침 술 한잔 하고, 성벽 아래까지 산책하고, 밤엔 고개를 들어 하늘 가득한 콩명등을 바라보면 정말 낭만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