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처서(Cheoseo)의 밤이에요. 드라마판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두 편이나 보고 나서, 창턱에 엎드렸다가 베란다로 나가 바람을 쐬었어요.
산들바람이 단지 안의 정원을 스치며 답답한 공기를 데려가고, 작은 잎 무화과나무가 편안하게 가느다란 가지를 흔들며 땅 위에 흐릿한 그림자를 드리워요. 구석에서는 이름 모를 작은 동물들이 길고 짧은 노래를 번갈아 부르고 있고, 정원 둘레 벽에 달린 에어컨은 쉴 틈이 없이 “웅웅웅…” 하며 여름날의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어둑누런 하늘 아래로는 가끔 도시 반대편에서 번쩍이는 번개가 보여요.
이런 때 이런 자리에 있으면 왠지 선의 한 조각이라도 깨달을 것 같았는데, 사람 소리라고는 하나도 없이 정말 미친 듯이 조용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