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잔

마지막 한잔

옆방 아이들은 종종 맥주 몇 상자를 들고 와서 사람들을 불러 모여 소소하게 마시곤 해요. 인원도 정해져 있지 않고, 안주라곤 땅콩, 누에콩, 육포뿐이라 배불리 먹을 만한 맛있는 음식은 없어서 이런 모임은 그냥 수다가 위주고 먹는 건 그 다음이에요. 어젯밤에도 그 아이들이 맥주 일고여덟 박스를 들고 올라와...
인생

인생

가끔 길을 걷는 누군가가 맥없이 축 처져 있는 모습을 보면, 나는 그 순간의 상태를 영원으로 착각하곤 해요. 평생 저렇게 무기력하게 살겠거니 짐작하면서, 그 몇십 년의 삶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혼자 감상에 젖기도 하죠. 껍데기만 남은 존재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며칠 전 밤에 몇몇 여자 친구들과...
새로운 기술 발전 속의 우리

새로운 기술 발전 속의 우리

2년 전만 해도 제 휴대폰은 MOTO Z3였고, 20위안짜리 요금제를 쓰고 있었어요. 한 달에 겨우 30MB밖에 안 됐는데, 월말쯤이면 늘 십여 MB가 남아서 꽤 만족스러웠죠. 2010년에 Windows Mobile 폰으로 바꿨는데, 화면도 커지고 사진도 훨씬 선명해졌지만 30MB로는 턱없이 부족해서 결...
소 키우던 어린 시절

소 키우던 어린 시절

내가 《한 마을 속의 중국》을 산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슝페이윈이 쓴 책이라서, 둘째는 중국 농촌을 다룬 책이라서예요. 도시 사람 중에 이런 소재에 관심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라고 믿어요. 내가 이 책을 읽는 건 대부분 내 고귀한 농촌 혈통 덕분이죠. 네, 이 정체성은 참 고귀해요. ...
맞선

맞선

오늘 저녁 외삼촌 댁에 밥 먹으러 갔다가, 사촌 동생이 방금 맞선 보고 온 여자친구랑 껴안고 있는 걸 보고 혼자 신기해했다. 일단 집안 상황부터 말하자면, 외삼촌 댁은 청두(Chengdu)에 차도 있고 집도 있고 빚도 없고, 친구랑 합자해서 작은 의류 공장도 하나 돌리고, 가게도 몇 개 있고, 소소한 투...
설날

설날

2월 2일, 나는 7시가 넘어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청두(Chengdu)로 돌아왔어요. 이걸로 이번 설도 다 지난 셈이네요. 예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고향을 떠나는 듯한 아쉬움이 없었다는 거예요. 전날 읍에 갔을 때, 마을 입구에서 나는 위쪽으로 늘어선 빗장이 채워진 집들을 둘러보며 한동안 죽은...
상

상

23일에 막 집에 돌아왔더니, 할머니가 아래쪽 집안 사람들이 올해는 조용한 명절을 보낼 수 있을지 어쩔지 짐작해 보시더라고요. 왜 그러냐고 물으니, 그 집 영감님이 상태가 아주 안 좋아서 거의 돌아가실 것 같다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야 옆집 두 노인도 이미 돌아가셨다는 걸 알았어요. 한 분은 작년 초이렛...
고향으로 돌아가며

고향으로 돌아가며

중국은 땅이 넓고 인구가 많은 나라예요. 경제 발전이 불균형하다 보니 많은 서부 지역 주민들이 고향을 떠나 아내와 아이들을 뒤로한 채 발달한 동부 지역으로 일하러 가곤 하죠. 그런데 중국은 또 전통을 중시하는 나라라서, 매년 1~2월이 되면 타지에서 일하는 중국인 대부분이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한...